[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요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데 의사를 배출할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는 이견이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 각자의 입장이 있겠으나, 수술 날짜를 받아 놓은 응급 환자가 수술을 미루다가 삶의 문이 닫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스물다섯에 인구정책으로 불임수술을 한 것 말고는, 상처가 나서 몇 바늘 꿰맨 일도 없다.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 덕분이다. 환갑을 지나면서 성인병이 생겨 동네 병원을 한 달에 한 번씩 다니고는 있지만, 비교적 한산한 동네 병원을 이용하다 보니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맞추고 안부를 묻는 등, 마치 주치의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편하게 병원을 이용했다.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좋은 건물에는 병원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 몇 개를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오지에는 산부인과가 없어서, 임신하면 지역을 옮겨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의사와 병원은 많은데,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의사는 찾기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가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방법 47가지’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아들 셋을 결혼시키고 손자 손녀를 기다릴 때 가장 큰 기도는 온전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었다. 머리 좋은 것은 나중 문제이고 우선은 아픈 데가 없는 아이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의과대학을 입학 할 만큼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뛰어난 재주를 가져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이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였지만 건강하게 무탈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기도를 드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족 모두 큰 질병 없이 살고 싶어 노력한다. 병원에 큰돈을 갖다 바칠 만큼 여유가 없으니 삼시 세끼 먹는 것,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 가족끼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정도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가족 중 누구라도 심각한 질병에 걸리면 파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픈 아이로 태어나면 부모의 일상은 궤도를 이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소아청소년과 병원도 부족하고 담당 의사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태어난 아이가 질병으로 고생한다면, 그리고 그 질병으로 인한 병원비가 가정을 파탄시킨다면 누가 출산을 쉽게 생각하겠는가. 출산을 장려하려면 젊은 부부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초혼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건강한 아기를 갖고 싶은 부모들에게 태어날 아기에 대한 책임감은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오지에도 산부인과를 만들고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는 누구에게나 취약계층에 따르는 의료혜택을 주어서 만약에 아픈 아이가 태어나도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의료정책을 만들면 어떨까.

어디를 가나 도심은 물론, 시골 동네까지 요양병원 간판이 보인다. 유치원은 요양원으로 변신하고 노인 고객을 위한 요양병원은 쑥쑥 올라가는데, 세계 꼴찌의 출산율로 고심하면서도 소아청소년과 병원과 산부인과 병원이 사라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설마 대상자가 없어서 돈벌이가 안 된다고 그런 병원이 사라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일까? 귀하게 태어난 아이에게 적어도 36개월 만이라도 국가가 책임져주는 의료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게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기왕에 의대 정원 문제로 시끄러울 거면 신생아를 치료하는 의료정책도 함께 따지고 묻고 가자. 요람에서 무덤까지도 국가가 돌본다고 하는데 요람에서만이라도 튼튼하게 성장하도록 신생아들을 돌보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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