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더하여 로봇과 AI의 일자리 대체가 가속화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치솟는 실업률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갈수록 대졸자 취업률이 떨어지는 중국은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에만 우리나라 돈으로 약 56조 원을 투입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실로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이른바 G2 국가라는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지나 둔화되면서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탕핑’족과 캥거루족의 증가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공식적인 실업률은 19% 내외이지만 실제 실업률은 46%에 달한다고 한다. 국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한국은 요즘 대학 졸업시즌이다. 대학까지 졸업하는 데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졸업 후 새로운 출발점은 취업과 실업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정부의 공식 통계로 지난 해 대졸자 취업률은 70%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의 대졸자들 중에서 30명 이상은 실업자인 셈이다. 일부 낭만주의자들은 인생의 목적이 반드시 취업이나 돈이 아니라고 애써 위로하지만, 대졸자 실업은 개인이나 가정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학 4년 동안 나름대로 사회진출의 꿈을 키우다가 좌절된 당사자의 심리적 상태는 건강할 리 없다. 이 좌절의 심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평생 실업자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가정경제를 피폐하게 만들고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자식 대학공부를 시킨 부모들의 꿈이 아침에 그들이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은 연봉 4천만 원에도 대졸자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고, 건설현장에는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대졸자들이 찾아오질 않아서 외국인 연수생들과 한국인 퇴직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한국말은 들리지 않고 중국어나 베트남 말로 작업이 진행되는 풍경은 벌써 오래되었다. 건축이나 토목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서도 현장에서 고임금으로 일하기보다는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택배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 삶을 살아가려는 결심이라도 하면 다행하긴 하다.

왜, 대졸자들은 자신의 전공에 맞는 일자리도 마다하고 아르바이트나 실업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학교 및 사회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경제적 책임의식을 갖도록 교육과정과 사회적 가치관이 혁신되어야 한다. 이번 입시에서 국내 최고 사립대학의 반도체학과에 1차로 합격한 학생들의 92%가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의학과로의 진학 때문으로 분석한다. 천재들은 대학공부의 목적을 주로 돈과 권력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천재가 아닌 대졸자들은 이것들에 무관심한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분명히 사회적 가치관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영업직이 의사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비즈니스의 나라 미국인의 직업의식과 가치관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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