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동국대 황승훈 학장님은 속이 꽉 차신 분이시다. 근래 나 보라고 보내주신 글이 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다. 원글 작가에게 죄송한 말씀이지만 양이 많아 일정 부분 생략하고자 하니 양해 부탁드린다. ‘행복’이란 뭘까? 아주 보통의 행복은? 류시화 시인이 배우 김혜자씨와 네팔로 여행을 갔다가 유적지를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다. 김혜자씨가 한 노점상 앞에 걸음을 멈추더니 옆에 가서 앉았다. 장신구를 펼쳐놓고 파는 여자였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장신구를 파는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눈물은 그가 파는 싸구려 장신구들 위에 뚝뚝 떨어졌다. 놀랍게도 김혜자씨는 그 여자 옆에 앉아 손을 잡더니 함께 울기 시작했다. 노점상 여인은 울면서 김혜자씨를 바라봤다. 얼마 뒤 그 눈물은 웃음 섞인 울음으로 바뀌었고 이내 미소로 변했다. 김혜자씨는 팔찌 하나를 고른 뒤, 노점상 여자의 손에 300달러를 쥐어주고 일어났다. 300달러는 그에게 한 달 동안 일해도 만져보기 힘든 큰돈이었을 것이다. 장신구를 팔던 여자는 깜짝 놀라 김혜자씨를 쳐다봤다. 류시화 시인은 김혜자씨의 일화 속에서 행복의 의미에 대해 최인철 교수가 지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란 글을 읽고 나서야 다음과 같은 감정이 ‘행복’ 임을 깨달았다.

◇ 행복이란

첫째, 행복은 '그냥'이다. 류시화 시인이 김혜자씨에게 왜 노점상 여인에게 그런 큰돈을 줬냐고 물었다. 김혜자씨는 "누구나 한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이란 단어의 한자 풀이 자체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 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려면 아무 날도 아닐 때,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선물을 하면 된다. 노점상 여인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몹시 힘들어 울었겠지만, 김혜자씨가 사실상 '그냥' 준 300달러에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혜자씨도 노점상 여인이 행복해함을 보면서 본인도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이유 없이 그냥 줄 때, 그래서 상대방이 행복해할 때 그 행복은 준 사람에게도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둘째, 행복은 남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 때 생기는 것이다. 김혜자씨는 말했다. "그 여자와 나는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 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똑같아요." ​최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을 자신에 비해 정신적인 행복 동기가 약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월급만 많이 주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노숙자는 먹을 것과 잘 곳만 해결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 타인은 나보다 심미적 욕구, 자존적 욕구, 자기실현 욕구 등이 적을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 문제의 핵심을 보라

위의 글을 보면서 위정자들은 우리들에게 먹을 것과 잘 곳만 해결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들도 행복 동기가 약하지 않은데도 그들은 우리를 그렇게 생각한다. 말 한마디 더 하자. 2차세계대전 때 출격 갔다 돌아온 비행기를 보니 날개 부분에 엄청나게 총을 많이 맞았다. 대책 회의가 열렸다. 모두 날개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이때 편대장이 ‘날개를 맞은 비행기는 돌아왔지만, 꼬리를 맞은 비행기는 한 대도 못 돌아왔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꼬리입니다’ 위정자들이 우리도 행복 동기가 약하지 않고 더 나아가 정책의 중심이 날개가 아닌 꼬리를 보게 되길 바란다면 이것이 비단 나만의 소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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