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확산되고 있다. 충청권에도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불길한 조짐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에 따라 충청권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다.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137명 중 인턴 2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레지던트 104명 중 과반이 넘는 인원이 사의를 표명하고, 사직서를 개별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 청주 성모병원은 전공의 28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하지 않겠다고 병원에 통보했다.

대전 성모병원 전공의 47명도 사직서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전공의 95명 중 44.2%4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전선병원 전공의 역시 21명 중 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남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217명의 전공의들도 이날 정오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고, 건양대병원 역시 122명의 전공의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있다.

당연히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공백은 현재 진료과별로 교수·전문의 연차휴가 사용 자제 등 비상운영체계를 가동하고, 기존 전공의가 맡고 있던 응급실 등의 당직을 전문의나 교수로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지역 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이날 충북대병원 의과대학 학생 190명과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의대 학생 80여 명은 학교 측에 수업 거부를 통지했다.

전국적인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이른 바 5’ 병원의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서 25건의 수술이 취소되는 등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20일부터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행위와 응급의료 전문의 진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기로 했고,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을 신설해 전공의를 대신해 입원 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에게 건강보험 보상도 실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가동되는 비상진료체계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2~3주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사태가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근거는 의료법 제59. 이 조항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으로 휴·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령에 불응할 경우 면허는 박탈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법적 조치에 대해 의사들이 개인적 사유로 사직한다고 할 경우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갈 지는 법조인 마다 견해가 다르다.

의대 정원 증원은 시대적 요청이다. 각종 지표에서도 나타나듯, 턱없이 부족한 의사 수를 충원하기 위해선 증원은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이런 행동 또한 옳은 방법은 아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결국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는데, 정부의 강한 의지를 그런 면에서 본다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선전포고하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정부의 강수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퇴로를 미리 닫아 놓으면 협상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그 반발을 무마하거나 최소한 누그러뜨릴 대응책 또한 미리 마련했어야 했다. 이래 저래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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