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미 대선과 맞물려 트럼프 말 폭탄이 도를 넘고 있다. 동맹국에 위협이 되고 있고 동맹국 안보와 세계 경제 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중국에 관세를 60%까지 올리겠다고 엄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말 폭탄'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대선 판에서 사실상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동맹국들에 ‘핵 말 폭탄’을 떨어뜨렸다.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 나토(NATO)가 방위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그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저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부추길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유럽은 발칵 뒤집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동맹이 서로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라며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그의 평소 지론을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켈리는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를 뒷받침했다. 켈리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여겼다며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이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라는 식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선 나토 탈퇴를 지시했다가 철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켈리는 또 다른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거대한 동맹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과 서쪽 모두에서 세력을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전략은 기본적으로 ‘역외 균형’이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떠맡을 필요가 없고 유럽이나 동아시아의 안보는 기본적으로 당사국 책임이며, 미국의 보호를 원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동맹국들에 요구했다. 한국도 트럼프 집권기 내내 이 문제로 애를 먹었다.

역외 균형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있다. 19세기 말 세계 육지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던 영국은 국력이 쇠퇴함에 따라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이 관할하도록 넘겼고,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책무를 일본에 맡겼다. 영국의 역외 균형이 국제정치에서 힘의 논리에 기반한 현실주의에 따른 것이라면, 트럼프의 역외 균형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란 슬로건이 보여주듯 국내정치적 득실의 산물이다.

동아시아에서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가장 큰 유탄은 대만 해협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은 북·중·러 3국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김정은이 대남 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지리라는 점도 부인 할 수 없다.

우리는 변할 수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정치권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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