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1일 만에 빅텐트가 해체됐다. 예정된 결별이라는 지적이 많다. 애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조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념과 정체성,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마저 다른 두 세력의 조합은, 이들이 처음 합당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우려의 시선이 많았는데 그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 미래가 합당을 하면서 내세웠던 것은 3지대로 결집해 거대 양당을 견제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나아가고자 함이었다.

처음엔 결집 효과를 보기도 했다. 거대 양당의 경쟁으로 피로가 쌓인 정치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분열의 불씨는 시작부터 있었던 것이다.

결별 이유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서로 상대방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결국 주도권 싸움이 요체다.

두 세력은 지난 19일 개혁신당 지도부가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전권 위임을 의결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내홍의 정점을 찍었다.

김종민 의원은 당직에서도, 선거운동 지휘권에서도, 공천권에서도 이낙연 대표를 배제하는 건 이낙연 대표는 그냥 집에 가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민주적 절차대로 표결처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일 결국 결별을 선택한 두 공동대표는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준석 대표는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고, 이낙연 대표 역시 신당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며 사과했다.

개혁신당의 두 공동대표가 총선 지휘권을 놓고 다투다 끝내 갈라선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통합 명분으로 내걸었던 거대 양당의 심판은 시작도 하기 전에 파국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국민들의 기대감은 배신감으로 변이됐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 모두 각자의 당을 재정비해 총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파국으로 훼손된 진정성은 이른 시일 내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에서 탈당한 후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이낙연 대표에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으로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안세력이라고 자임했던 제3지대 빅텐트는 오히려 혐오정치를 낳은 꼴이 된 것이다.

그들은 이제 다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한 번 훼손됐던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다시 인정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가치와 비전, 정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같은 청사진을 당 운영과 공천 과정에 구현해야 할 것이다.

북풍한설을 맞더라도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 명멸해갔던 제3지대의 전철을 되밟지 않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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