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상현 선경세무법인 대표‧세무사

시효가 지나서 더는 거둘 수 없는 체납 세금 규모가 최근 3년간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2022년 국세징수권 시효가 만료된 체납 세금은 1조926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은 역대 최대인 2조8079억원이었고, 2020년에도 1조3411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지난 2013년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5억원 이상의 국세는 10년, 5억원 미만의 국세는 5년이 지나면 국세징수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렇다 보니 5년 또는 10년 넘게 받아내지 못해 증발한 체납 세금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6조753억원에 이른다.

시효가 만료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현재도 납세자인 국민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거나, 내지 못한 세금이 102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중 부가세 체납액은 28조원에 해당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왜 이렇게 세금을 안내고 버티는, 그리고 못내는 국민들이 많을까. 문제는 세금체납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여 추가로 부과한 세금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납세자들이 사업을 하면서 올린 이익에 따라 납부해야 할 세금인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성실납세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성실납세 의식이 약화되었다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봐야한다.

특히 부가가치세는 부담자의 세금을 받아 두었다가 납부해야 함에도 그것마저 납부하지 않고 자기 돈 처럼 써버리고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법인이든 개인이든 국고 그 자체를 유용했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납세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을 넘어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많은 납세자들이 부가가치세 부분은 따로 통장을 만들어서 관리하면서 때가 되면 어김없이 성실 납부하는 것과 너무도 다른 상황이다.

물론 국세청도 체납액을 줄이기 위해 무던한 애를 쓰고 있다. 2억원이 넘는 고액 체납자에 대한 명단공개가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이다. 그리고 지방 국세청에 체납추적 분석을 전담하는 ‘체납추적관리팀’을 신설하고, 지방청 체납추적과 수준의 ‘체납추적 전담반’을 세무서 체납징세과에 도입(`23년 19개, `24년 30개 세무서로 확대 예정)했다. 그러자 올 상반기에만 추적조사 실적 1조2552억원, 소제기 378건, 고발 247명 등의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국세청은 고액 체납자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하고 있다. `21년 도입한 감치명령제도와 함께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친인척까지의 금융조회와 출국금지 조치가 있다. 이 조치는 해외로의 출국을 막는 사실상의 주거제한 조치나 진배없는 것으로써 무시무시한 규제다. 실제로 작년말 고액체납으로 출국이 금지된 국민이 4400명이 넘는다. 지난 `18년에는 이 숫자가 1만2000명을 넘기도 했다.

이런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납액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 국세청이 벌이고 있는 체납대응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체납자에 대한 조사를 세무조사 수준으로 강도를 높여야 하고, 부가가치세의 경우 모든 거래에서 돈 받는 자가 아닌 돈을 지급하는 자가 납부하는 형태로 바꾸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이든 세금이든 내 통장에 들어오면 다 내 돈으로 보인다. 그래서 세금 낼 때가 되면 아까워지고, 급한 일이 생기면 내 돈인 것처럼 사용하게 된다. 즉 제도가 ‘세금은 눈먼 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부가가치세를 체납하는 것이 국고를 도둑질 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중대범죄행위다. 부가가치세 체납액에 상응하는 형벌제도를 고려할 법도 하다.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업자가 바보인 것처럼 느껴지면 안되는 것이다. 100조원이라는 국세체납액의 크기가 그만큼 무겁게 다가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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