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한솔 상명대 천안캠퍼스 교수

지난 10년간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구도심의 변화 이후, 낙후된 지역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며 많은 도시가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개선과는 별개로, 지역의 독특한 정체성을 살린 콘텐츠 부재로 인해 ‘~리단길’과 같은 상권의 일원화는 수도권 콘텐츠의 일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천안) 지역에 필요한 변화는 무엇일까를 고심해 보면, 양적 향상과 질적 향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향으로의 전략적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다른 지역의 예를 들어보자. 양양 지역은 2023년에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며, 서핑 문화를 중심으로 젊은 MZ세대를 확보하고 현지인-외부인 간의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양양의 성공 사례를 볼 때, 지역의 특성을 살린 콘텐츠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의 특화 발전을 위해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양적 향상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데, 이 전략은 바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와 강력한 시각적 임팩트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으며, 동시에 지역문화와 디자인이 조화롭게 결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여 전문가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다.

디자인과 도시를 연결하는 사례를 통해, 지역의 디자인과 문화를 성공적으로 브랜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실험영화를 대변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시그니처 행사인 ‘100films 100posters’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 중 100편의 영화를 선정해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각각 영화 포스터를 만들었다. 영화제 기간 중 거리, 갤러리에서 전시되며 디자이너와 영화계의 협업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 런던의 Clerkenwell Design Week는 런던의 대표적인 디자인 페스티벌로, Clerkenwell 지역에서 인테리어, 산업, 시각, 건축 등 300개 이상의 브랜드 디자인이 전시되고 판매되는 행사로 균사체 건축과 같은 미래를 대비한 실험적인 디자인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의 Design District Helsinki는 지역의 200개 넘는 디자인 가게와 식당을 연결하여 도시 일부를 독특하게 디자인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이는 관광객에게 도시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편, 충남 지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고유한 식문화, 언어, 장소 등 지역 콘텐츠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충분히 가치가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를 참고하여 문화, 디자인, 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한국형 지역 브랜드화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천안은 다수의 대학이 위치하여 청년층의 유입이 가능한 도시이다. 대학교의 디자인 전문인력과 협력하여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높은 수준의 다매체 결과물로 도출해 지속적으로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함으로써 천안의 디자인과 문화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천안은 새로운 창조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과 문화 분야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서 디자인 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다양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여 창의적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천안과 충남도는 향후 몇 년 동안 안서동 대학로 조성 사업을 기획하여 추진할 것이다. 5개의 대학이 밀집한 지역에 대학의 디자인과 문화 예술 활동이 연중 일어나도록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그 어떤 지역보다도 우수한 지역 성장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안들을 잘 계획하고 추진하여 충남 지역이 디자인과 문화를 매개한 지역 브랜딩의 성과를 거두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거듭하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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