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역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공의 이탈이 심화되면서 지역의 병원 응급실에는 가용 병상은 남았음에도 진료를 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응급의료포털 E-gen에 공시된 응급실 현황을 살펴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충북지역의 응급병상 수 205개 가운데 162개가 사용 가능한 상태로 나타났다.

충북대병원 일반응급은 병상 30개 중 20개가 사용가능한 상태지만 응급실 환자 진료 제한이 시행되고 있다. 진료를 볼 수련·전공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북 전공의들은 이틀째 진료를 거부했고 업무개시명령에도 불응했다. 집단행동을 이어갈 뜻도 밝혔다.

전국적인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요구다. 의료계는 또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항의도 했다.

정부는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7813명은 근무지를 아예 이탈해 의료체계 붕괴가 현실화됐다.

복지부는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715명은 앞서 복지부로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응하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신청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대 의대생들도 이에 동조, 집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의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에 나섰다고 한다.

북적거릴 강의실엔 적막감만 흐른다. 학과 일정대로라면 의대 본과는 이미 개강해 강의실이 학생으로 가득 차야 하지만 수업 거부로 인한 개강 연기로 강의실엔 학생들이 없다.

앞서 의대협은 전국 40개 의대 학생이 동맹휴학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27개 의대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생이 2만명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3.8%가 휴학계를 제출 한 것이다. 의료대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는 비상진료 대책 마련에 곤혹스럽다. 공공의료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연장하고 휴일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고, ·군 상황에 따라 보건소 진료시간도 연장 운영할 계획이라 한다. 의료 공백 사태에 대비해 공중보건의 의사 지원 인력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는 한편, 응급실 업무 과부화를 막기 위해 비상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역부족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환자들은 불안하다.

환자들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의료계의 벼랑 끝 전술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 그들에게 인술(仁術)까지 요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국민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기본적 소양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강경일변도의 정부 정책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책은 유연해야 한다. 그것이 상대방의 반발을 최소화 하는 방책이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정부의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무엇을 요망한다는 것은 그것이 시대적 요구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 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연착륙을 시도한다는 것은, 상생의 첫발이지 그것이 굴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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