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맞부딪히면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전국적으로 번졌고, 응급·당직 체계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빠지자 진료에는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 위기로는 사상 처음으로 재난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해 범부처 차원으로 대응 수준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 이외에 보건의료 위기로 인해 ‘심각’ 단계에 들어선 건 처음이다.

3월이면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의료대란이 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모두 '파국'을 피하기 위한 타협에 나서야 한다.

의료대란 문제는 충청권 대학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부터 충청권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던 수련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해 임용을 포기했다. 수련이 끝난 전공의들과 계약이 종료된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돼 의료 대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한 수련의들이 대학병원 임용 포기서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오는 3월 1일부터 근무하기로 예정됐던 수련의(인턴) 35명 전원이, 충남대병원도 수련의 60여 명이 전원이,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도 32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했다.

앞서 수련·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생긴 의료공백이 신규 임용된 수련의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희망이 깨졌다.

충청권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이탈한 수련·전공의 수는 900여 명이 넘는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충남대병원 167명, 충북대병원 122명, 대전성모병원 68명, 대전선병원 30명, 유성선병원 6명, 대전보훈병원 10명, 대전한국병원 3명, 청주성모병원 27명, 건국대병원 10명 등이다.

지역의 유일한 상급 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의 경우 이달 말 전공의 수료 예정자 23명과 근로 계약이 종료된 전임의 10명이 병원을 떠나게 되면서 의료공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도 환자들의 고통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이런 방식의 저항은 의사로서의 기본 윤리를 망각한 행동이다.

의대 증원 이야기만 나오면 병원을 마비시키는 우리나라 병원 시스템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증·응급환자가 주로 찾는 대형병원이 전공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가진 탓에, 정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박차고 나올 때마다 번번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태가 반복된다면 우리나라는 의사 집단의 요구만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심각한 보건의료 시스템의 결함을 갖게 된다.

이에 대형병원의 전공의 의존을 낮춰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 인력구조를 개편하고,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제도화해 파업 시 '백업' 인력을 만드는 등 구조적인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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