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개인화 시대가 확산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나 수렵시대를 거쳐 불이라는 문명을 이용하기 시작한 인간들은 사냥한 동물을 불에 익혀 먹는 슬기로 뇌가 커지면서 돌로 도끼를 만들고 대나무로 죽창을 만드는 등 도구를 이용할 줄 하는 동물로 성장하였다. 이처럼 두뇌가 발달하기 시작한 인간은 맛있는 과일과 곡식의 씨앗을 심어보고 작은 동물을 잡아 우리를 만들어 길러보면서 농경문화를 창달한다.

농경사회는 인간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인류의 번창이 시작되었으나 18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의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공장이 생기고 공장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것이다.

산업화의 급진은 컴퓨터라는 괴물을 탄생시켰고 관련된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인간을 집으로 가두는 디지털 코쿠닝 현상을 만들었다. 즉 디지털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점점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 들이 늘어났는데 마치 누에고치 속의 삶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Digital Cocooning이라는 용어를 미래학자인 페이스 팝콘이 처음 사용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렇게 급진적으로 발전한 디지털 문명은 2007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세계 최초로 터치스크린 스마트 폰인 아이폰을 발명하면서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의해 살아가는 세상을 열게 하였다. 스마트 폰과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접촉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개인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스마트 폰의 혁신적인 발전과 차량, 로봇 산업 등의 무인 자동화율이 확대되면서 전문가들은 개인화를 초 개인화 시대라고 칭할 정도로 심화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개인화 또는 초 개인화된 소비자들에게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식품류는 초 개인화 시대에 대응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은 다양하게 변화해 가고 있는데 식품을 생산하는 식품업자나 농산물을 생산하는 우리 농업인들은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혈당 억제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먹거리가 필요하다면 그것에 걸맞는 농산물이나 식품을 생산해 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렇게 건강하고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냈다 하더라도, 이렇게 좋은 농산물을 이용해 가공식품을 만들어 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맛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풀무원의 경우는 최근 스마트 무인조리 자판기를 선보이고 유통에 나섰다. 이 자판 조리기는 냉동식품을 로봇이 조리해서 내놓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풀무원은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궁극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겠다는 것이다. 결국 식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도 제조에만 집중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받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푸드테크를 통한 소비자 데이터 수집 창구를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농업은 개인화된 소비자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푸드테크 측면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농업생산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 최적의 딸기 묘의 육성기법을 보급하고 있는 유비엔의 안은기 대표는 “농사를 잘 짓는 생산자의 노하우를 다른 농가에 제공하고 여러 농가의 농사법을 취합해 더 좋은 농사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만이 푸드테크가 아니다.

식물성 대체식품의 개발과 세포 배양을 통한 배양육 생산, 스마트 팜에서의 혁신 생산, 대체유의 개발과 생산, 건강 기능성 식품의 개발 등 무궁무진한 일들이 농업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포트를 창립한 빌 게이츠는 “4차 산업혁명이 끝나고 나면 혁명이 일어날 산업은 농업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농산물 가공 벤처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의 농업은 농업생산과 가공 측면에서 아직 혁명은 시작도 안 했다. 이제 농업은 인간의 창자만 채워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업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농업에서 혁명의 깃발을 휘날릴 수 있는 날을 위해서는 푸드테크가 반드시 농업생산과 경영에 반영되어야 하며 그것은 농업인들의 부단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 식품회사, 농업인 대표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촘촘하고 세밀하게 수립하고 지원 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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