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예올한의원 원장

고지혈증은 혈중에 지질 성분이 높은 상태로 이상지질혈증이라고도 한다. 혈관 내 지질 성분이 과다하면 고혈압 당뇨 등이 유발되며 혈관 벽에 지질이 쌓여 죽상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거나 급성 췌장염을 비롯한 장부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단히 이해하자면 영양과다 상태를 뜻한다. 70년대만 하여도 매년 보릿고개를 겨우 넘기며 누군가 굶어 죽었다는 뉴스를 듣곤 했는데 이제는 영양과다가 전 국민의 건강을 좀먹는 요인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미국이나 서구 유럽의 후미진 골목길을 꽉 채우며 걷거나 공원 벤치에서 홀로 일어서지 못하는 과체중인을 보며 놀라곤 했는데 이제 우리의 당면 문제가 되었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매년 300만 명이 고지혈증으로 병의원을 찾고 있다. 2018년에 2백만 명이었는데 몇 년 사이에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고지혈증 환자 중 60세 이상이 50% 정도 차지하고 50대가 29% 그리고 40대가 14%를 차지한다. 20대와 10대 환자도 8만 명 정도 되며 소아 환자도 상당수다. 가장 활동이 왕성할 소아나 청장년의 고지혈증 유병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지혈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과영양 상태에 들어선 지 오래라는 뜻이다. 노동량은 감소하였는데 섭취되는 영양은 증가하여 항상 과영양 상태에 놓여 있다. 예전에는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을 부자병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저소득층일수록 노출되기 쉽다. 미국과 서구 유럽의 저소득층은 오래전부터 과체중이나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다.

고지혈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고 비만이나 술 그리고 기름진 음식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며 다른 질환으로부터 발병하기도 한다.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이다. 채식주의자나 담백한 음식만을 섭취하는 이들도 잘못된 식습관을 지니고 있으면 고지혈증에 걸리기 쉽다. 올바른 식습관은 본 칼럼에서 여러 번 언급하였기에 자세한 내용은 이전 칼럼을 참조하기 바란다.

고지혈증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양약은 혈관 내 지질을 분해하여 배출하기 때문에 고지혈증 수치를 안정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 허나 이는 엄이도령에 지나지 않는다. 간독성이나 근육병증, 소화기 계통 질환, 골수와 뇌수의 손상에 따른 뇌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그 후환이 무궁무진하다.

고지혈증이 의심되거나 진단을 받으면 먼저 식습관부터 돌아보아 이를 즉시 개선해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부터 제거하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이거나 증상이 가벼울 때는 식습관 개선만으로도 쉽게 치유된다. 병증이 오래되었거나 증상이 심하여 다른 병증을 유발했으면 한의사의 진단을 받아 체질과 병증에 맞는 한약과 침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질병은 생활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의 선천적 질병도 부모의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건강을 회복하려면 먼저 생활 습관부터 되돌아보아야 한다. 생활 습관을 고치면서 한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조속한 건강 회복은 물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공교육과 가정교육이 무너지면서 요즘 아이들은 올바른 생활 습관에 대하여 정보를 얻거나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 소아와 십 대 그리고 이십 대의 고지혈증은 해당 부모와 교육 당국이 반성해야 할 문제다.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준다고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망치기 쉽다. 건강 또한 그러하다. 아이들이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에 노출되거나 심지어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졸중 등에 노출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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