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의료 대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충북 도내 전공의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충북대병원는 전체 전공의 137명 중 122명이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청주성모병원 21명과, 건국대 충주병원 9, 청주효성병원 4, 제천서울병원 3, 충주의료원 2명 등 도내 전공의 200명 중 161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상황이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담화문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지난 26일 집단행동에 나선 지역 의료진에게 일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무단결근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병원으로 돌아와 환자 곁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의료 여건에도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료계 주장에 대해 도민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김 지사의 호소는 시의적절한 것이지만, 이것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는 이는 거의 없다. 그만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전공의들의 반발이 심한 까닭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란 방침을 내놓았다. 외견상으론 퇴로를 열어주는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특정 시한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을 재확인하면서 의료계 단체행동의 발단이 된 의대증원 확대에 대해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과업을 회피한다면 추후에 더 많은 부담과 더 큰 조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더욱이 이런 정책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연함이 매우 떨어진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모습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당연히 격앙된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협박이라고도 했다.

오는 3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강행하겠다며 강대 강힘겨루기도 예고했다.

의협 비대위는 회원들에게 드리는 말이란 자료를 통해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재난 사태는 바로 정부가 초래한 것이라며 필수의료가 죽어 가는데도 단순한 감기를 무한 급여 해주는 등 의료를 복지처럼 퍼주기 식으로 운영한 것은 바로 정부였다고 반박했다.

총궐기대회와 관련해선 이 사회를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너무나 놀라운 발언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의사는 공공성의 성격이 강하다. 마지노선을 넘게 됐을 땐 사회는 파탄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요구에 세심히 귀기울여야 한다. 그들 나름의 합리적인 입장이 있겠지만,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긍정적 화답도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적어도 사회를 혼돈 속으로 몰고 가는 그런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그런 그들이 사회를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이 매우 위험스러워 보이는 까닭이다. 의사가 가야할 곳은 거리가 아니다. 그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그들의 숭고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의 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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