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건 유카리스심리상담센터 대표·작가

마약과 도박 중독의 경우 범죄와 연관이 높기에 사회적으로도 많은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범죄를 입증하려는 것에서의 인력 손실과 중독 당사자가 중독으로 인해 경제적 활동을 멈추는 것도 손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마약과의 전쟁에서 실패했을 때 이미 투입된 막대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본다면 말이다. 이러한 것에서 국내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보아도 치료보다는 범죄로 보고 접근함으로써 중독을 근절시키려 하지만 아직도 중독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독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아야 할까?

영국의 마약 및 알코올 중독 전문가로 활동 중인 임상심리학자 제니 스반베르그(Jenny Svanberg)에 따르면 많은 국가들이 중독과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처 방안으로 중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처벌이 중독 감소를 기대할 만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법으로 집행하기보다는 보건 분야와 사회 집단의 대응이 필요하며, 특히,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중독자들이 치료에 대한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을 줄이기 위한 선행 조건이 ‘중독의 비범죄화’이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포르투갈의 중독 관련 정책이 있다. 포르투갈은 한때 국민의 약 1%가 헤로인 중독자일 정도로 마약으로 인한 피해가 만연한 국가였다. 2016년 포르투갈 중독 연구소(SICAD)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당시 포르투갈 범죄의 70%는 마약 관련 범죄였으며, 교도소 재소자의 40% 이상이 마약 범죄로 수감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마약 중독 국가’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마약 비범죄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중독을 범죄로 취급하지 않고 병적인 측면에서 이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독 문제에 대한 혁신적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2001년 이전 포르투갈은 약물의 소유 및 소비에 대하여 엄격한 형법을 가지고 있었으나, 마약 비범죄화 법안이 시행된 이후에는 개인이 소량의 약물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행위가 있어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중독을 건강 문제로 간주하여 중독자를 범죄자로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로서 이들에 대한 치료와 지원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중독 질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아 회복하여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것이다.

타국들도 마약 범죄를 범죄 체계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유럽에서는 포르투갈만큼 이러한 제도를 펼친 나라가 없다. 그렇다면, 마약 비범죄화 정책은 성공적이었을까?

2017년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2001년 정책 시행 당시 10만여 명에 육박하던 포르투갈의 헤로인 중독자 수는 2017년 2만5000명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 역시 85% 이상 급감했다.

포르투갈의 정책은 주변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펼쳤다. 자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관심과 이목을 끌었다. 소량의 마약을 소지하는 것을 범죄로 여기지 않음으로써 중독과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과 프레임을 바꾸기 위한 시도에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가령, 마약의 소량 소지에 대하여 처벌하지 않는 것을 악용하여 마약 소비를 오히려 부추길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포르투갈의 마약 치료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이후 노르웨이와 미국 등의 벤치마크 대상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중독 문제는 처벌을 통해 해결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굉장히 늘었으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다 보니 외부의 강력한 물질이나 자극을 원하는 욕구를 원하는 것에서 예컨대 온라인 도박과 마약으로 이어진 것이라 하였다. 국내서는 의료기관과 재활기관으로 이어지는 연계 모델이 많지 않아 의료계와 연결이 끊겨 치료 시스템이 망가진 상태라는 것이다.

분명히 중독이 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눈을 감고 묵인하자는 말이 아니다. 중독과 범죄라는 사회적 낙인에서 벗어나, 처벌을 우선시하는 것보다는 이들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치료가 더 시급하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와 정서, 사회적 시스템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중독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합리적인 모델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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