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살다 보면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은 게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것들은 항상 있어왔다. 그럴 때마다 일단 시작해 보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중에서 제일 잘한 것은 초등학교 졸업 후 뒤늦게 중학교에 간 것이다.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 것으로 기억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지금까지도 책은 항상 친구처럼 내 옆을 지키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저질러 본다. 40년 일하고 2020년 퇴직하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그해 상상도 못한 코로나가 나타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있자니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하여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마음에 찬송가 반주 책을 사들고 집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엘 갔다.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에 새벽기도 반주자가 없어 이번 기회에 직접 배워 반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로 바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운 피아노가 2월 10일자로 4년이나 되었다. 처음 배우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끝까지 버텼다. 배우기 시작한지 8개월 만에 원장님이 직접 반주를 하라고 했다. 자신이 없어 더 배워서 한다고 하니, 완벽하게 배워서 하려면 못한다고 그냥 해보란다. 경험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 찬송가 목록을 작성하여 순서대로 연습과 병행하면서 반주를 시작했다.

긴장과 떨림으로 정신이 없고 틀리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 더 많은 연습을 하는 길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연습하면서 반주를 하다 보니 어느새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지금은 마음에 여유도 조금 생겼다. 처음에는 반주 책 보랴 피아노 건반 보랴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악보만 보고 건반은 잘 안 보아도 칠 수 있게끔 되었다.

지난 1월 달에는 부서별 특별 찬양이 있었다. 그 중에 교사들이 ‘교사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찬송가도 아니고 모르는 찬양이었다. 교사의 노래 연혁을 보니 의미가 있는 것이라 안 할 수가 없어 일주일 내내 연습하여 무사히 해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 노래가 계속 귓가를 맴돌기도 했다. 새벽기도 성도들도 처음에는 반주가 불안했지만 지금은 편하게 잘한다며 용기를 준다. 코로나 때문이 아닌 덕분에 배운 피아노는, 팔십이고 구십이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할 수 있으니 배우길 참 잘했다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소 좋아하는 말이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잘하고 못하고 간에 일단 시작해 보는 거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시작이 반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스스로 충분히 재능이 없어서 성공할 수 없다고 단정해 버리거나, 주위의 부정적인 것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시작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도 했다.

시작하면 이미 절반은 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지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말처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시작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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