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최근 3058명이던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더 늘린다는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학병원 등 전공의들이 의업을 포기하겠다며 개인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의사가 1만이 넘었다. 대한의사협회와 각 대표 의사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하였다. 총선 시기와 관련되어 정치권에서는 여론의 추이만 살필 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일부는 이를 표로 연결되는 정치적 작용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의사들을 확보한 국가이다.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우리나라에 각종 성형수술, 줄기세포 시술 등 한국 의료 기관에서 수술도 받고 관광하는 의료관광상품이 인기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수술받고자 방문한다. 물론 의료비용도 무척 저렴하다. 이만큼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최고의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누구나 가장 좋은 의사 가장 좋은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희망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필요성을 ‘인구 1000명당 OECD 평균 의사 수’가 3.5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4명으로 그 수가 부족하며, 서울과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특히 시골로 갈수록 그 차이가 심하므로 시골 지역에 사는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감염내과, 흉부외과, 소아과 등 특별한 분야 의사도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비교에 따른 증원 정책에 대다수 국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인구 대비 의사 수를 비교하였을 때, 일본은 2.5명, 미국 2.6명, 캐나다 2.7명, 영국은 2.8명이다. 고령화로 인하여 의사 증가가 필요하다지만 계속하여 낮아지는 출산율에 따라 유치원, 초중고, 대학의 관련 학과들이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와중에 과연 의대생을 전체 150% 정도에 해당하는 2000명을 증원하는 게 의사 업계와 충돌하고 국민에게 불편을 주어 가면서까지 정책을 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한 명의 인재가 10만 명, 아니 국가의 경제적 풍요를 가져오게 하는 시대이다.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단순히 의사란 직업에 귀족 프레임을 씌워 비판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의사가 되는 과정은 전 세계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전문의는 어느 과정보다도 많은 수련 과정을 거쳐 탄생 된다. 대학에 입학한 후 예과 2년, 본과 4년 졸업하면서 의사고시를 통하여 의사로 입문한다. 그 후로는 전공의 과정으로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총 5년 동안 수련과 진료를 거쳐 전문의가 된다. 총 11년이 되어야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전공의는 비록 의사지만 배우는 위치이고, 진료하는 의사도 계약직 근로자이다. 전공의 기간에는 계약직 의사로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대학병원 기준으로 물론 간호사의 연봉보다도 적다. 여기에다가 남성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11년 이상 밤낮으로 고생하고 전문의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의사도 산모의 응급수술, 응급환자의 수술 중 사망 발생 등 의료행위를 하였다가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산부인과나 외과 등을 선호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유럽은 대부분의 나라가 공공 의료복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의 의료행위로 인한 책임을 해당 공공기관에서 대신 져준다. 그렇기에 개인적 압박감 없이 의료에 적극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돈벌이가 되는 비급여가 많은 진료항목인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로 전공의를 많이 지원한다. 산부인과, 소아과 등을 왜 선호하지 않는지 관련 업계의 의견을 먼저 정취하고 정책에 참고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군은 국토의 전 지역에 배치되어 있다. 이들을 위하여 국군의무사령부 예하에 국군수도병원 등 많은 병원과 의료진이 있다. 의료 공급이 닿지 않는 지역에 대해 대민진료 등 지자체 보건소와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대처하는 촘촘한 의료 정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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