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한옥자 수필가

갈수록 자식과 소원해진다. 본심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지내다 보니 두어 달 서로 소식 없이 지내기도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진부한 옛말이 현재라고 달라지겠는가 믿다가도 이렇게 지내다간 점점 더 거리감이 깊어지지 않을까 염려될 지경이다. 그러다가 짜낸 묘수가 명절 가족여행이다.

이번 설 명절에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몇 해 전부터 명절은 간소하게 보내고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난다. 처음 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몇 번이나 가겠는가 싶었다. 새 식구가 생기면 상황이 바뀔 테고 그땐 여행도 자연히 중지되겠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 가족 구성원의 변동이 없다.

올해는 경상북도 영주와 봉화지역을 한 바퀴 휙 돌았다.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은 언제나 가봤던 곳이다. 30년 세월이 흘러 대부분은 잊었지만, 그리고 자식들은 너무 어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나마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 해줄 말이 있다. 일종의 추억을 통한 관계 회복 여행인 셈이다.

자식이 만 두 살이 되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다니게 되자 여행은 자연스럽게 멈췄다. 수많은 날을 자식들은 진학 준비로 소비했고 부모는 생계에 매달렸다. 가족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 나누는 시간도 잠깐에 지나지 않았으며 심중에 담긴 각자의 생각을 심도 있게 나눠보지도 못한 채 자식은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를 지나쳤고 부모는 노인 대열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출생아가 1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고 아우성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작년에는 더욱더 떨어져 0.72명에 이르렀다.

1925년 6.59명의 출산율은 100년이 흐른 지금 망국을 염려하도록 심각해졌다. 그동안 꾸준히 합계출산율이 떨어져 온 걸 미루어볼 때 올해 수치는 0.68명을 예상한다니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유일한 국가가 우리나라이다.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 상황을 두고 우려와 대책이 나온 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정부 대책이란 '신혼부부' 지원책이란 명목으로 결혼을 장려하거나, 출산과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각종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보태 주는 데 치중했다. 국가는 돈 몇 푼으로 할 바를 다한다는 태도였다.

건강한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문제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여행 중에 자식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어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은 결혼할지, 자녀 몇 명을 둘지가 현재로선 전혀 전망이 밝지 않단다. 최소한 지금보다 못한 생활 수준이라면 차라리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는 말까지 한다. 내 자식부터 이런 생각이니 어떻게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몇 푼의 국가 보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충만한 기대이다. 결국 지금의 저출생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이며 이를 개혁하여야만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 나라의 젊은이는 그들의 미래관을 바꾸지 않으며 인구의 소멸과 나라의 존폐위기 의식은 벗어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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