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  

어떤 길은 구부러지고 어떤 길은 곧게 뻗어있다. 어떤 길은 발 닿는 매 순간 보드랍고 어떤 길은 천근만근이다. 어떤 길은 유순하고 어떤 길은 험하며 마른 먼지만 푸석거린다. 길을 걷는 매 순간이 삶의 신비다. 오늘도 내가 걷는 길 위에 내 삶의 무늬가 찍힌다. 내가 걷는 길이 나를 만든다. 길을 걸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이유고 그래서 매 순간 성심을 다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그 길에 누군가 함께하면 더 아름답고 따듯하다. 삶의 무게는 달라도 함께 걸을 때 더 힘이 솟는다.

필자는 평생 문화로운 청주를 꿈꾸며 달려왔다. 버려진 담배공장이 문화공장으로 재탄생되는데 힘 써왔고 공예비엔날레를 세계 최고로 키우는 일에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역사, 문화, 사람 등 숨은 진주를 찾아내 로컬 자원으로 키우기 위한 일이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 20여 년을 달려오면서 절감한 것이 있다. 바로 로컬 콘텐츠 중의 최고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청주는 바다가 없다. 국립공원도 없다. 그렇지만 1500년 역사의 맥이 있고, 가슴 뛰는 사람이 있다.

우리 재단에서는 청주형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로크 챌린지 2000’을 전개 중이다. 청년들이 청주만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꾸고 그 꿈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취지다. 2023년부터 4년간 2천 명 육성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지난해에만 공예, 영상, 게임, 콘텐츠 분야에서 로컬 크리에이터, 일명 로크를 800명 넘게 교육하고 길렀다.

그보다 앞서 우리 재단이 13년째 이어온 인재양성 프로젝트도 있다. 바로 청주꿈나무 오케스트라다. 이 오케스트라의 배경은 엘시스테마다. 1975년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박사에 의해 시작된, 빈곤층 아동‧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음악을 가르쳐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인데 세계적인 음악인을 배출하면서 유명해졌다.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는 사회통합범주 아동을 중심으로 음악으로 꿈을 키우고 싶어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모두 열려 있다.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연습실에 모여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악기를 전문가의 지도로 배우고 익히는데, 음표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던 아이들이 1년 뒤 무대에서 감동의 연주를 한다.

더 큰 꿈을 펼친 사례도 있다. 2013년부터 5년간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의 꿈을 키운 변상훈 군은 플루트로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입학한 데 이어 동아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했다. 트롬본을 전공하는 김지연 양은 가천대에 진학해 봉사로 나눔을 실천하는 등 값진 결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 뒤에는 보이지 않게 응원하고 후원하는 시민들이 있다. 간식을 후원하고 악기를 기증하고 특별활동과 정기연주회를 후원한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월 5천원부터 시작하는 정기후원이 아이들에게 꿈을 연주하는 희망이 된다. 문화도시 청주의 아름다운 덕목이다.

꿈나무오케스트라의 도전은 올해도 계속된다. 그 여정을 함께 응원하고 후원하며 나눔으로 행복한 청주가 되면 더욱 좋겠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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