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을 보여 우려가 크다.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입장 차이 때문이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20000’인 셈이다.

특히 전공의들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의료 현장에선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향후 전공의들의 복귀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병원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은 한계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의료 체계가 도미노 현상처럼 붕괴될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29일 오후 5시 기준 현장을 떠났던 전공의 9000여 명 중 복귀한 인원은 271명에 불과했다.

충북지역에서는 전공의 200명 중 159명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대병원 120, 청주성모병원 21, 건국대 충주병원 9, 청주효성병원 4, 제천서울병원 3, 충주의료원 2명 등이다. 대전에서는 지역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 506명 중 84.3%427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 가운데 근무지를 이탈한 352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졌지만, 대전 성모병원에서 지난 226일 업무에 복귀한 전공의 1명을 제외하고는 3일 오후5시까지 복귀한 인원은 없다.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탈 전공의에 대해선 면허정지에 돌입하고 구제 절차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여지는 남겨 뒀다.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현장 점검 이전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경우 면허정지 등 처분 배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4일부터 현장점검을 통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겠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특히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한 집단행동의 핵심 관계자에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의협 측의 맞대응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가 초강경 카드를 꺼내면 의협 또한 초강경 카드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회원들 4만명(주최 측 추산)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정부에 의대정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졸속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과, 교육 여건과 시설 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의사를 2000명을 증원한다면 의료비, 건강보험료 등 각종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의대 증원은 개혁이 아닌 의사 노예화라며 원점서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을 지나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마저 대거 임용을 포기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지방병원에서는 전임의마저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의사들의 부재로 응급실이 응급진료를 중단하는 등 의료대란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퇴로를 닫아놓은 상태에선 어떤 협상의 여지도 없어진다. 국민적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제라도 한 발짝씩 물러서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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