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임명옥 우송대학교 교수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아버지는 자주 말씀하셨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어떻게 매일 재미있게 가르쳐요. 교사가 개그맨도 아니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딸이 좋은 선생이 되었으면 하는 아버지의 바람을 알기에, 늘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었다. 과한 표정 연습을 하고, 웃긴 영상도 찾고, 아주 친절한 수업 자료를 만들었지만, 수업이 성공하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럴 때면, 요즘 학생들이 열정이 없다고 은근슬쩍 학생들 핑계를 대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중국인 학습자 26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특별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연령은 3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한국어를 전혀 배운 적이 없는 학생부터 1년 정도 배운 학생까지 학습 차이가 꽤 있었다. 학습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읽기가 가능했지만, 듣고 말하는 것은 어려워했다. 전원 대학교 교직원으로, 같은 학교에서 온 경우는 직위의 상하 체계가 뚜렷해 보였다. 과목 소개를 하면서 학생들을 둘러보는데, 두세 명이 특히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한국어를 배웠어요, 우리는 전혀 배운 적이 없어서 못할 거예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교수자에게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업 목표를 세 가지로 정했다. 먼저 한글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한다. 여기서 ‘편안하게’라는 것은 향후 혼자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을 정도의 습득을 말한다. 다음으로, 듣고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 주로 눈으로 공부하던 외국어를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방식으로 공부 방법을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은 26명 모두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수업 과정에서는 ‘나만 못한다’고 느끼지 않게, 수업 후에는 ‘내 실력이 향상됐다’고 느끼게 하자는 것이다.

목표를 정하고 나니 수업 자료 및 운영 방법을 빠르게 확정할 수 있었다. 먼저 한국어 자모음을 다양한 자료와 방법을 동원해서 무수히 반복했다. 10시간 정도를 반복한 후에, 많이 긴장했던 학생들이 좀 편안해 보였다. 20시간을 반복한 후에는 그 학생들 표정에서 웃음을 볼 수 있었다. 남은 20시간은 듣고, 말하기 연습을 강도 높게 했다. 총 40시수 수업을 끝내면서, 필자는 ‘재미있게’라는 어휘의 표면적인 의미에 오랫동안 갇혀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알았다. 교수자가 ‘재미있게’를 ‘상처받지 않게’로 바꿔 생각할 때, 진짜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상처받지 않게 가르치려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그것은 ‘나만 못하면 어떻게 하지’, 혹은 ’배웠는데도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학생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자가 고민한 만큼 학습자가 상처받을 위험은 줄게 되고, 공부에 재미를 느낄 확률은 높아진다. 상처받은 학생은 그 어떤 수업도 재미있을 수 없다.

옆 반 학생들이 불쑥 ‘왜 교수님 반 학생들은 매일 발음만 배우느냐’고 물었다. 그 똑같은 수업을 하는 게 얼마나 고된지 설명하고 싶었으나, 그냥 웃었다. 당시는 필자도 수업이 재미있다는 확신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수업 재미있어요. ‘나만 못한다’고 슬퍼하는 학생이 없는 거 같거든요!”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