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가 계속 되어 주위가 온통 회색빛이다. 전국 곳곳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물 폭탄이 국지전이라도 벌린 듯 참변에 망연자실하고 복구 작업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즈음 일본 자민당 소속 극우파 신도 요시타카를 비롯하여 국회의원 3명이 8월1일 입국해 2일과 3일 울릉도를 방문한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이 다케시마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직접 울릉도에 가서 들으려 한다며 마치 태평양 전쟁 때의 기미카제 특공대원같이 독도 분쟁의 뜨거운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겠다는 돈키호테의 발상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입국금지냐 허용이냐를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그들이 관광목적으로 한국에 온다면 말릴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간사한 울릉도 방문의 노림수다. 대한항공의 독도 상공 비행을 핑계 삼아 독도를 국제 분쟁화 하려는 의도이다. 또한 정권 탈환의 정치적 목적과 자신들이 한국이 지배중인 독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한다는 것을 정치적 쇼로 만들어 일본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는 영웅 심리도 작용한다.

정부에서는 그들에게 울릉도 방문계획의 자진 취소를 종용하고 있다.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입국하려는 일본의원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양국 관계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입국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민당 의원들이 그래도 입국을 강행할 경우 공항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기 전에 돌려보낸다는 확고한 표명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양심을 져버린 일본 패권주의의 망령에 불과하다. 더욱이 일본은 독도 문제로 우리의 심기를 자극한 것이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우리에게 일제 36년의 식민지 체험은 형언키 어려운 쓰라린 치욕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치욕의 그림자를 잊고 싶지만 쉽사리 잊을 수 없다. 일본은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때가 되면 떠들어 대고 기록해 두는 매뉴얼 국가이다. 일본 우익세력의 행동이 어제 오늘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일관계가 냉전 상태로 지속된 것도 아니니 외교적 관계의 파장을 생각하며 냉철히 판단해볼 일이다.

다만 일본 의원들이 다치거나 입국이 막힐 경우엔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어 확산 될 것이 우려된다. 우리에게 일본은 이웃이며 가까이 하기엔 먼 나라이다. 하지만 이 기회에 우리의 신사도를 발휘하여 3인의 사무라이들을 울릉도로 정중히 안내해 독도 기념관을 보여주고 독도를 방문케 하자. 독도문제 권위자의 특강도 듣게 해보자. 더욱이 독도를 방문하려면 우리 정부가 발행한 입도(入島)허가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자체가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그리하여 일본의 주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고 돌아가도록 하자. 우리는 최대의 이성과 무관심으로 일관 하면서 그들의 노림수를 물거품으로 만들면 울릉도 원정이 무위로 끝날 것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 다만 국제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전 방위적인 외교 노력이 주요하다. 일본인들이 우리의 아픈 상처, 잊고 싶은 쓰라린 기억을 건드려도 우리는 인내하며 묵묵히 가슴에 새길 일이다.

국제관계는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다.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국가 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순진한 치기에 불과하다. 국제 관계에서 이념과 도덕은 사후 정당화를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대일관계가 악화되고 한·미·일 삼각관계가 흔들릴 때 손해 보는 쪽이 어디인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국가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긴 했지만 경제 규모 등 여러 면에서 미치지 못함을 깨닫고 따라 잡아야 한다. 더욱이 대일 의존도도 여전히 높은데다 남북 간의 긴장상태, 중국의 경제 발전이 가속화 되면서 신패권주의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우리사회가 식민지 사관을 청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지금까지 우리는 고통만 호소하거나 아픈 기억을 잊으려고만 하지 않았나. 이러한 태도는 잠재된 억압을 유발시켜 집단 감정의 일과성 분풀이로 그쳤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일백년 대계를 일관하는 여야정치권, 학계, 외교전문가, 시민 사회를 아우르는 정책을 세워 나가야 하겠다. 우리는 3.11자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을 성의를 다해 도왔듯이 이웃처럼, 그러나 다르게 대일관계를 정립하고 보다 더 독도교육을 강화하여 이론무장, 정신무장으로 온 국민이 가슴으로 독도를 느낄 수 있도록 하자.



/정관영 공학박사.충청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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