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지난해 3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Jurgen Klinsmann) 감독은 전술이 부재(不在)한 경기력으로 줄곧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원격 근무와 잦은 해외 출장 등으로 근무태도 또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아시안컵 우승을 호언장담 했으나,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 후폭풍이 거세져 감독직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클린스만은 독일 출신으로 현역 시절 세계적인 스타 골잡이었다. 그러나 지도자로 변신한 뒤로 호평(好評)보다는 혹평(酷評)을 받았다. 현역 은퇴 후 그는 2006년 독일대표팀 감독으로, 월드컵 4강까지 이끌긴 했지만, 이마저도 당시 수석 코치 요아힘 뢰프(Joachim Low)의 공(功)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 이후 클럽 감독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헤르타 BSC 등의 팀을 이끌었으나, 성적 부진 및 선수단 관리 논란으로 해임 되었다.

이와 관련한 일화(逸話)가 있다. 당시 바이에른의 국내 팬들은 클린스만이 ‘안 좋은 쪽으로 역사를 쓴다’하여, 그를 ‘역사스만’이라 조롱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2018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 경질되었다.

아무튼 클린스만은 축구 선수로서는 훌륭한 평가를 받았지만, 지도자로서의 평판은 아주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일각의 평가는 최악이었다. 이와 관련해, 소속팀에서 함께 일한 미하엘 프레츠(Michael Preetz) 전 헤르타 베를린 단장은 “내가 헤르타를 맡았을 때 모든 감독 중 클린스만은 가장 환멸을 느꼈던 감독으로, 베를린과 결별 당시 불과 20주 만에 개인 SNS를 통해 사임을 발표해,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인물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전격 발탁했던 것이다.

한데 클리스만이 감독을 맡으면서, 5경기 3무 2패에 무승(無勝)을 기록했다. 이런 전적(戰績)은 너무나 우려스러운 수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번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拙戰)을 거듭하다,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해 탈락했다. 참으로 과정은 엉성했고 결과는 허무했다.

이는 예견된 참사(慘事)로, 축구팬과 전문가들은 황금세대를 보유하고도, 이 정도 경기력을 보이느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물론 그 화살은 지휘자인 클린스만에게 향했다.

헤아려 보면 클린스만은 리더이지만 리더십이 없는 무능한 감독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지난 아시안컵의 경우, 역대 최소의 선수들로 짜인 팀인데도, 내내 대책 없는 전술과 전략으로 답답한 경기력을 펼쳤다. 그저 체력 훈련에만 집중하고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해주기를 바라는 이른바 ‘해줘’ 축구에만 열심이고, 경기 운영, 선수 관리, 업무태도 등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리더십은 없었다. 이에 더해 요르단과의 경기 전날 선수들 간에 큰 불화까지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무릇 선수 개인의 역량 못지않게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중요하다. 감독의 역할은 자신의 팀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세우고 상대팀의 전술을 분석하는 것은 필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는 무성의하고 무능한 클린스만 같은 지도자가 등장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 축구계의 전설적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알렉스 퍼거슨(Alex Ferguson)이 떠오른다. 그는 선수들에게 엄격하고 까다로운 감독이었으나, 이들의 멘토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때로는 부드럽게 타이르지만, 때로는 완강하게 선수들을 다그치고, 룰을 어긴 자에게는 추방이나 징계 등으로 팀을 다스리는 그런 리더십 있었다. 때문에 강력한 팀워크로 엄청난 우승의 맨유로 만든 것이었다. 그러기에 퍼거슨 감독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신념의 지도자였다.

모름지기 리더는 상황에 따라 치밀한 전략과 전술로 팀을 하나로 묶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팀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진정한 리더십(leadershi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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