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6일 오후 10시에 발표한 공천 명단의 면면을 보면 매우 놀랍다.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탄탄한 아성을 자랑했던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했고,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고배를 마셨으며, 친명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변이라 할만하다.

박범계 민주당선관위원장은 이날 46차까지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지역구 현역 의원 11명 가운데 무려 7명이 탈락했다.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박광온(3·경기 수원정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이용빈(초선·광주 광산갑전혜숙(3·서울 광진갑정춘숙(재선·경기 용인병)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3선 경력에, 직전 원내대표까지 역임했던 박광온 의원의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던 박 의원은 대표적 친명 원외 인사인 김준혁 한신대 교수에 패했다.

현역 의정활동평가 하위 10%’에 속한 김한정·윤영찬 의원도 결국 경선 득표율 감산 30%라는 페널티를 넘지 못하고 비명계 비례대표인 김병주·이수진 의원에게 각각 패했다.

충북 청주상당에선 친문 핵심 인사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낙천하면서 이강일 전 지역위원장이 본선에 올라갔다. 지역 정가가 술렁일 만한 사건이다. 충주는 김경욱 전 국토부 차관으로 후보자가 결정됐다. 이밖에 이슈 지역으로 떠올랐던 서울 강북을에선 하위 10%’에 든 비명계 박용진 의원이 친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과 결선에서 재대결을 하게 됐다.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 예비 후보자 간 희비가 엇갈렸는데, 예상 밖의 결과는 민주당 공천룰의 특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선룰은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신인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며,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정치소외 계층의 참여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현역 의원인 경우 대부분 경선을 거치도록 하고, 정치신인에 대해선 10~20%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여성은 25%까지 높였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한 비리는 심사에서 제외되는데, 취업비리 의혹으로 50점 감점을 당하자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의원이 대표적이다.

동료의원과 보좌관, 당직자 등의 평가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 의원에 대한 평가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시점이 맞물려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란표를 던진 반명계 의원들에 엄혹한 결과가 내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과 당원들의 평가였다.

특히 당원들은 180석 거대 야당으로 출발한 21대 국회에서 현역 의원들의 온건한 대정부 투쟁을 질책한 것으로 여겨진다. 당원들은 이른 바 반명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가결표와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을 내부 총질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본선에 진출한 한 현역 의원은 준엄한 민심과 당심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ARS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데, 특히 친명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들의 표심이 친명 후보들에게 향한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선 그야말로 대참사 수준이었던 것이다.

경선은 끝났다. 이제 여야 후보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경선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공천 잡음에 따른 계파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