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삼월 첫 주말에 산책길에 나선다. 꽃샘추위에 바람이 차지만, 어느새 길가 양지바른 곳에는 새싹이 파릇파릇하다. 서둘러 개화 채비하는 매화 꽃망울을 보며 걷는데, 멀리서 유아차가 다가오고 있어 반갑다.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은 많아도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은 보기 힘들지 않은가. 가까이 왔을 때 반가운 마음에 살펴보니 조끼도 입고 목도리도 둘러 아기인 줄 알았지만, 하뿔싸! 강아지가 타고 있다니…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하다. 개와 견주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당혹스럽고 무엇에 홀린 것 같다.

외국인들은 간혹 유모차를 지팡이 대용으로 쓰는 할머니들을 보고, 할머니가 데리고 나온 아기가 참 많다고 어리둥절하단다. 노인들이 유모차를 보행기로 쓰는 경우를 몰라서 그럴 테지만, 한편 공감이 가기도 한다.

최근 신문에서 본 “출산율 0.7 붕괴… 이러다간 ‘인구감소로 소멸’ 현실 된다.”(동아일보, 2024.02.29.)는 충격적인 기사처럼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장면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합계출산율은 0.65명을 기록하여, 분기 기준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가까스로 0.72명을 지켰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출산율은 0.6명대로 주저앉을 전망이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이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라니…

출산율이 바닥을 모르고 매년 추락하면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 명에 그쳤다(2015년 43만 8천 명).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기 시작해 지난해 총인구가 12만 명 감소했으며,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1년이면 총인구가 4000만 명대로 줄어든다. 2024년 ‘입학생 0명’인 초등학교가 157곳이나 된다(충북 8, 충남 14). 전쟁도, 재난도 아닌 인구감소로 소멸하는 나라가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니, 특단의 대처가 절실하다.

마침 4·10 총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여야를 불문하고 획기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이 나오길 갈망했는데, 어느 정당 후보의 주장에 공감하고 반갑다. 22대 국회 1순위 과제로 ‘인구 소멸 문제 해결책 모색’을 꼽으며, “인구 감소는 국가적인 과제”라면서 “저출생의 문제를 넘어 경제의 동력을 잃고, 지방 소멸과 인구 소멸의 문제로까지 귀결될 수 있으니, 제대로 된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구성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라고 호소하는 청년도 많다니, 엉킨 실타래를 풀 듯 하나하나 아이를 많이 낳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을 경험한 국가 중에선 과감한 정책으로 출산율을 반등시킨 사례가 있다. 프랑스는 가족수당을 충분히 지원하고 이를 지원할 때 비혼 가정 자녀도 차별하지 않았다. 독일은 보육시설과 전일제 학교를 확충해 국가가 육아를 책임지는 등 힘쓴 결과 출산율 1.5∼1.8명대를 유지하고 있다니 실로 부럽다. 우리도 이런 시책을 본보기로 출산율을 올려야 하겠다. 앞으로 보여주기식 정책보다 효과가 검증된 정책으로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영국 BBC를 비롯하여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저출산 상황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자, 선진국 주요 언론은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선진국의 저출산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어서다. 이들은 과다한 사교육비, 일과 육아의 양립 불가능, 남성의 육아 분담 부족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집중·부각하며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우려한다고 한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충북만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9일 통계청의 2023년 인구동향(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출생아는 7580명으로 전년 대비 1.7%(128명) 증가해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전국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7.7%(19,216명) 줄어든 22만9970명으로 집계됐다.

충북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반등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고 의미 있는 성과이다. 충북처럼 반값 아파트 건립, 다자녀 지원, 임산부 우대 등 알차고 획기적인 지원과 대책이 전국적으로 파급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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