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영화 ‘파묘’의 흥행이 흥미롭다. 파묘는 오컬트 장르로는 특이하게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특히 MZ세대가 견인하며, 현재 800만을 넘었다고 한다.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 영혼과의 교신, 점, 사후세계 등을 다루는 영화 장르이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1973년 엑소시스트가 구마의식을 보여주며, 흥행했고, 국내에서는 2015년 검은 사제들이 있는데, 파묘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 작품이다.

파묘가 흥미로운 이유는 오컬트 장르의 흥행작이며, 그 흥행의 뒤에 MZ세대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외국의 오컬트 영화와 사뭇 다르다. 한국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장례절차와 풍수지리, 묘의 이장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항일의식을 담고 있다. 오컬트 영화에서 명확한 메시지 전달은 신선했고, 이것이 흥행의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MZ세대가 왜 이 영화에 빠졌을까? 파묘는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쇠말뚝 이야기가 주요한 소재인데, 90년대에 주요 왕릉과 무덤에서 쇠말뚝이 발견되고, 무속인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한국 땅 곳곳에 쇠말뚝을 몰래 박아놓아, 우리의 정기를 끊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돌았다. 현재는 조선총독부가 수탈을 하기 위해 토지를 측량하며 박은 쇠말뚝에 대한 우리의 분노가 반영된 이야기로 보는 쪽이 우세하다.

MZ세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탐구하고 찾아보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파묘의 경우 역사적 근거와 민간에서 내려온 이야기가 어우러져, 그들이 몰랐던 새로운 것을 파헤치는 즐거움을 준다.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사실과 연결되어 자료들이 있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궁금한 점들을 찾고 알아내며 더욱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파묘에는 미국에 사는 엄청난, 그냥 부자인 사람들이 나온다. 이들은 현대과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주인공들에게 의뢰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묫자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냥 부자’라는 단어는 엄청난 복선인데, 구조적인 부의 불평등을 강렬하게 경험하고 있는 MZ세대에게 그 불평등의 이유를 알게 해준다.

파묘의 주인공은 묫자리를 잡아주는 풍수사 김상덕(최민식), 염을 하는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무당 이화림(김고은), 윤봉길(이도현)로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함께 협업하여 문제를 풀어간다. 이 집단에는 나이, 성별, 위계질서는 없다. 오직 자신의 전문성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의뢰된 고객에게 신뢰를 지키고, 최대한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역할을 해낸다. 이것이 MZ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인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파묘는 전형적인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의식이 명확해지는데, 이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흥행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장르적으로 완성도에 힘을 실었다면, 이런 엄청난 흥행은 어려웠지 않나 싶다. 장르 마니아를 넘어서, MZ세대와 기성세대 모두를 하나로 묶는 주제가 있었기에 신드롬과 흥행은 계속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기 전이든, 후든 주인공들 이름의 유래를 꼭 찾아보길 바란다. 영화를 보는 마음이 달라질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