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선화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과학수사를 대변하는 고언이다. 사실 이 말은 “모든 접촉은 물질을 교환한다”는 로카드의 물질교환의 법칙을 과학수사에 적용한 것이다.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과 접촉하게 되면 물질을 교환하게 되어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나의 자동차가 다른 차와 부딪히면 상대방 차의 페인트가 나의 차량에 묻게 되고 내 차량의 페인트가 상대방의 차에 묻게 된다. 또한 손으로 컵을 만지면 나의 손에 있던 수분이나 단백질 등 물질이 접촉에 의해 컵에 남게 되어 지문이라는 형태로 현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물질이라는 한정된 세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듯하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만남이라는 접촉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심리적으로 물질적으로 다양한 것들을 교환하며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영향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분명하게 나뉘지만 부정적인 것이라면 본능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한다. 특히나 교환되는 것이 심리적인 것이라든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감염병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홍역은 직접 접촉, 기침이나 재채기 등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감염병이며 조선을 뒤흔든 무서운 역병이었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1707년에는 평안도에 홍역이 창궐해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는 내용이 있으며 1786년 여름에는 한양에도 홍역이 퍼져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가 다섯 살에 홍역을 앓다 숨졌다.

현재도 홍역은 우리나라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되어 있어 전파가능성을 고려하여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며 격리가 필요하다. 홍역은 효과적인 백신 예방접종으로 2014년에 한국은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홍역 퇴치 국가로 인정받았으며 후진국병으로 분류되는 병이었다.

그러나 최근 홍역이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총 28만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고, 특히 유럽은 지난해에 2022년보다 45배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홍역이 산발적으로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유입 홍역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듯 홍역의 유행으로도 사회 공동체가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감염병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른 법정 감염병의 종류와 등급이 새로이 지정되고 변하기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질의 교환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개인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병이든 어느 한 부분의 아픔이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적절한 역할을 하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의료분야의 문지기로서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위한 소임을 하며 그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