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3월, 새 친구 새 선생님에 새 학년 교실까지 희망 가득하다. 아쉬운 건 초등 157곳이 신입생 없는 학교로 전체 입학생 수도 지난 해 대비 1만 명 정도 감소한 30만 명대다. 통·폐합 역시 농어촌뿐 아니다. 올해 폐교 예정인 초등학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총 27개교다. 덩달아 교원 정원 감축역시 가팔라질 게 뻔하다. 정년 앞둔 교장은 “맛있는 거 많이 주겠다. 우리 학교 와 달라” ‘인스타그램’ 학생 유치 홍보에 나섰고 선생님·학부모들 또한 유치원,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한 명이라도 늘리려 영업사원처럼 뛴다.

◇ 교육·보육의 짐

때를 같이하여 교육부는 신속하게 ‘늘봄학교’ 시행계획을 내놨다. 2741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입학생 중 희망자 순으로 돌봐주고 2026년부터 모든 학년에 확대 운영한다, 최대 13시간(오전 7시~ 오후 8시)동안, 저녁(간편식)까지 먹여가며 돌봄과 귀가를 책임지게 된다. 아울러 공교육 퇴행과 맞물린 민간 교육시장 즉 '학원 뺑뺑이' 부담마저 흡수한다는 발표를 했으나 억설로 들린다.

정치권 기류도 선거 유불리로 얽혀 미심쩍다. 예컨대 중·고등학생이 돼야 본격화하던 사교육부담은 요즘 유아단계로 내려왔다.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었는데 영어유치원 대기자가 끝이 없고 초등학교 입학 전, 의대 진학반 학원에 몰린다”(중앙일보 2023.12.12. 31면). 시기마저 당겨지면서 2022년 사교육비는 무려 2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본질은 공교육의 경쟁력 저하 아닌가. 시범 운영사례에서 보듯 프로그램 및 강사의 질도 천차만별이었다. 하물며 강사를 구하지 못해 교사가 대신한 경우다. “초등학교 정체성 혼란과 저질 교육·보육만 야기할 것, 인력 선발 관리 업무 등 학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며 교사노동조합연맹(20~40대 교사들 전체 조합원 90% 정도) 등, 관련 단체 손사래와 마주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사를 제외시킨 교육을 어떻게 믿으랴. '학교 운영과 분리, 교사 늘봄 업무 배제, 교육지원청 중심 운영' 에 앞서 교육 품질이 핵심 아니겠나. 참고로 전국 초·중·고교생 1만3863명 대상 온라인 사회 인식 설문 조사(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 네트워크) 결과, ‘학교 선생님’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이 8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머리 맞대고 설계해야할 주류를 외면한 채 신뢰도 꼴찌, ‘정치인’(23.4%) 쪽 플레이 우려는 어쩔까.

◇ 돌다리 두드리듯

교원정년단축(1999년)도 그랬다. 현장 우려를 전혀 들은 척하려 조차 않았다. 늘봄학교라고 그 꼴(최악 실패작) 나지마란 법 없다. 당장, 교육·보육의 경계조차 모호한 판에 초·중등 2급 정교사·교원자격증 취득 예정자·유치원 정교사·보육교사를 어떻게 충당할 텐가. 지난 10월 서이초 교사 추모 집단 연가 때, ‘그냥 교실만 지켜주면 된다’며 퇴직 20년 넘은 선배들을 붙잡고 애걸복걸했겠나. 농·산촌 학교 파행운영은 더 난감하다. 실용적인 교육·보육대책으로 이어져야 저출생 문제도 풀린다. 그러자면 여러 선행조건들을 정비하며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현장 선생님들 의견부터 공론화 과정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돌다리 두드리듯 꼼꼼히 준비(인력·예산·늦은 시각 하교·보육교육의 질· 책임소재)로 공백을 채워 저출생 정책까지 자연스럽게 재구조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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