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올해 수능을 치른 문과생 응시자가 1만여 명 넘게 줄어들었는데, 2024년 대입 정시 모집에서 상위권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지원자는 전년 대비 늘었다. 지원자 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과생의 인문·사회계열 지원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이다. 교차 지원은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취지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대 인문·사회 계열 정시 최초 합격자 중 이과생의 비율은 절반을 넘었고, 경영·경제학부 합격자는 2/3 수준이었다. 이는 현재의 선택형 수능 제도에서 이과생의 인문·사회 계열지원이 문과생의 인문·사회 계열지원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과생이 받은 성적으로 이공계열을 지원할 때보다 높은 수준의 대학 인문·사회 계열을 지원할 때 합격할 가능성이 크므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들은 대학에 합격한 후에 자신이 선택한 인문·사회 계열 공부를 하기보다 이공계열로 전과하거나 복수전공을 시도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대학에서는 인문·사회 계열 학생 교육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대입을 준비하는 문과생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더 낮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거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더 낮은 수준의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과생의 인문·사회 계열 진로 선택으로 인해 문과생의 인문·사회 계열 진로 선택도 악영향이 발생한 것이다.

대학을 진학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래의 취업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수준의 대학이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에 우선 입학하고 그다음에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려고 한다. 결국, 많은 문과생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인문사회계열 교수들도 제자 양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인문사회 학문의 성장을 위한 학술 연구에 대한 지원은 정부 연구 개발 예산의 1% 남짓에 불과한데, 설상가상으로 경제·인문사회 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16.4%나 삭감되었다. 그러니 인문·사회 분야로 도전하려는 인재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하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인문사회학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이공 분야로 진학해야 먹고 살 수 있으며, 인문사회 분야로 진학하면 굶어 죽을 것이라는 공포심을 가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공포심은 입시 상담이나 학부모의 생각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기술정보의 시대에 이공계열만큼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 인문사회학이다. 구글은 6000명의 신규 직원을 뽑을 때 4000명 이상을 인문 전공자로 뽑을 만큼 인문학을 강조한다.

한국교원대학교에도 다른 대학의 전공을 선택하고 적성에 맞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한 후에 교사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이 종종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꽤 있다. 그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기까지 헤맨 수많은 아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나는 그들이 교사가 된다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대해 해 줄 말이 참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더 좋은 취업을 위해 자신의 적성과 무관한 진로의 선택은 이로 인한 피해를 결국 그들이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너무 늦게 학생들이 깨닫지 않고 용기를 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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