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언어 순화 시급

도내 일원에 걸쳐 국민학교 아동들이 일상 쓰는 말 속에 욕설·은어·속어 등이 많이 섞여 있으며 심지어는 뜻조차 모르는 日語(일어)까지 사용하고 있어 바른 우리말 사용의 지도와 언어 순화를 위한 성인들의 각성이 바람직하다.

어린이들의 개인 또는 편놀이에 쓰이는 일어는 소노·나까’(·)=가위 바위 보, 오니(·)=술래잡기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고 은어·욕설은 대체로 외래어에서 본뜬 것, 미화법에서 온 것, 생김세(‘의 오기)를 본뜬 것, 그리고 그 의미를 상징하는 것 등 네 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를 들면 갈비씨=KBS 방구=가죽피리 =동그라미 도망치다=투기다 악질선생=꼰질 교감=꼬깜 속임수=꽁수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청주 우암국교 장병찬 교사가 도교위에 낸 불건전한 언어사용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733월서 742월까지 1년간 초등학교 3학년 남자 31·여자 252명 모두 553명을 대상으로 별명, 욕설, 속어 등의 사용자 수를 추출한 바 조금 사용한다, 남자 54%(162) 여자 61%(158) 많이 사용한다, 남자 28%(86) 여자 19%(51)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80%의 학생들이 불건전한 용어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략) <8940·1974315일자 3>

 

시대를 불문하고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이나 행동을 기성세대가 마뜩찮게 보는 것은 통례에 가까웠다. 희귀하고 난해한 고문(古文)을 힘들게 해석해 보니,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일맥상통하는 말일 듯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 아이들의 말에는 욕설이 반이라는 한탄은 무심히 지나칠 수만은 없는 일일 터. 그런데 기사를 보니 50년 전에도 그런 걱정은 늘 있었던 일이다.

그러면 세월의 흐름을 건너 뛴 절대 명제를 세운다면,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로 귀결돼야 한다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보면 아니겠지싶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50년 전 당시엔 뜻 모를 일어를 많이 썼다면, 현재엔 영어를 많이 쓴다는 점이라고 할까.

말의 뜻부터 정리하자.

속어(俗語)는 일반 대중에게 널리 쓰이는 속된 말, 통속적으로 쓰이는 저속한 말이다.

비속어(卑俗語)격이 낮고 속된 말을 이른다. 은어(隱語)는 특수한 집단이나 사회, 계층에서 남이 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알도록 쓰는 말이고, 비어(卑語)는 점잖지 못하고 천한 말, 대상을 낮추어 보거나 얕보아 하는 말을 가리킨다.

언어는 변한다. 마치 생물(生物)과 같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변이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사회적 활동에 기인한다. 사람과 사람들 간의 교류를 통해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새 단어가 생기고, 있던 단어가 사라지고, 의미가 바뀌고, 발음도 바뀐다. 그래서 몇 백년 전 조상과 우리가 대화를 나눈다면, 꽤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품성과 품격을 담아내는 도구다. 언어를 잘 사용해야 하는 건 그의 언어가 그의 얼굴인 까닭이다./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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