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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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국가 통계 조작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오던 고위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14일 대전지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전 정부 고위관계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등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이하 변동률)'을 125차례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동안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국토부가 깁값 변동률 '확정치'와 '속보치'를 매주 3차례 미리 보고하게 했다.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전 검열을 하는 등 2021년 8월까지 상시적으로 서울·인천·경기 지역 주택 매매·전셋값 변동률을 조작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수현 전 실장과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은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부동산 대책 효과를 변동률 산정에 반영하라고 지시하고, 김현미 전 장관은 부동산 대책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야 한다며 국토부 직원들에게 거듭 지시해 국보투 실장 등이 부동산원 직원들을 질책해 변동률을 낮추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 조작이 특정 시점에 집중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6·17 대책 등 각종 부동산 대책 시행 전·후, 2019년 대통령 취임 2주년, 2020년 총선 무렵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조작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2017년 11월에서 2021년 7월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의 부동산원 주택가격 상승률 통계는 12%에 그쳤다. 실거래가 상승률인 81%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차이가 없던 KB국민은행 변동률과도 최대 30%p 격차가 났다.

소득·고용 관련 통계도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왜곡·조작하기 위해 개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김상조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은 고용통계 조사 결과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자 새로운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했다는 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배포됐던 보도자료 초안에는 2019년 10월 전년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86만7000명 급증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들의 지시로 삭제됐다. 삭제된 자리에는 전년도 통계와 비교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홍장표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득 불평등이 악화하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통계청에 불법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하게 하고,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로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임의로 해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정부가 권력을 남용해 국가 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정면으로 침해한 최초의 통계법 위반 사례"라며 "국민들은 조작된 변동률로 시장 상황을 오판하게 됐고, 국가 통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로 주택통계 산정에 들어간 세금 368억원이 허비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통계법 위반에 대한 법정형이 너무 낮아 입법 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월 감사읜의 의뢰를 받아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대통령기록관, 국토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주요 대상자 22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장하성·이호승 전임 정책실장과 부동산원 원장 등 11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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