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작년 10월 일 관계로 2박 3일을 함께 지낸 분이 계시다. 동국대 황승훈공대학장이신데 이분과 같이 안 지냈다면 큰일 날 뻔 했다. 같이 지내면서 친해지게 되어 매일 서로 카톡을 주고받는데 나는 헤드라인 뉴스를, 이분은 나에게 인생 살 때 돌이켜 봐야 할 좋은 글들을 보내주신다. 아침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정화되곤 한다. 물론 그 약효가 오전을 못 넘기기는 해도 아무튼 이런 글들을 계속 읽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나도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기야 내가 소아마비를 앓아 앉은뱅이가 되었었고 그 와중에 그래도 치료 잘 받고 재활 잘해서 이 정도 걷곤 있지만 당시 장애인을 둔 우리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가 이 세상 살면서 사람 구실이나 하고 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셨다.

◇ 사람 구실

어찌 보면 아주 소박한 바램같았지만 지금 보면 이처럼 큰 바램을 나에게 가지셨나 싶다. 사람 구실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런 큰 바램을 가지셨던 부모님이 좀 과하지 않으셨나 요즘 생각해 본다.

아무튼 오늘은 황 학장님이 보내오신 글 중에 ‘섭리와 지혜’란 글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물론 황 학장님께서 쓰신 글은 아니실 것이고 어디선가 좋은 글을 읽으시고 보내주신 글이시다. 그분이나 나나 공학자가 과학기술내용 아니면 어디 다른 글을 쓸 재주가 있나. ‘태양이 지면 그때가 저녁입니다. 결정은 태양이 하듯이 인생도 그때를 스스로 정하지 못합니다. 돈은 가치를 묻지 않고 오직 주인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몸이 지치면 짐이 무겁고, 마음이 지치면 삶이 무겁습니다. 각질은 벗길수록 쌓이고 욕심은 채울수록 커집니다. 댐(dam)은 수문을 열어야 물이 흐르고 사람은 마음을 열어야 정(情)이 흐릅니다. 몸은 하나의 심장으로 살지만 마음은 두 심장인 양심(兩心)으로 삽니다. 친구라서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게 아니라 친구라서 이래선 안 되고 저래선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때론 침묵이 말보다 값진 것이 되기도 합니다. 함부로 내뱉은 말은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고 다시 나를 공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어느 순간 젊은 날이 그리워지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나이를 먹는 동안 소중한 경험을 통해서 연륜과 지혜가 생깁니다.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덕스럽게 익어가는 것 같습니다.’

◇ 익어가야 하는데

윗글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글이 바로 ‘함부로 내뱉은 말은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고 다시 나를 공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라는 글이다. 사실 소리란 파동이어서 우리가 한 말이 귀도 듣지만 뼈도 듣는다. 그래서 누구에게 악담을 들으면 뼈에 사무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요즘 TV 뉴스 등을 보면 소위 나라의 지도자급이란 분들이 하는 말씀을 보면 국민들 뼈에 사무치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국민들은 덕스럽게 익어가는데 정치지도자들은 쉰 냄새나게 썩어간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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