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상현 선경세무법인 대표‧세무사

저출산,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최근 인구 소멸 ‘위기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 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2015년 1.25명에서 2023년 하반기 0.65명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올해는 출생아 수가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세계에서 처음으로 연간 0.6명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뭇거려서는 안되며 충격적인 조치도 감내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거 같다. 그중 한 가지가 출산 지원금에 대한 과세여부에 대한 논의이다.

저출산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한 가지는 돈과 연관된다. 출산을 위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해야 하고, 주거의 안정과 자녀교육의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이처럼 혼인과 출산을 하기 위해선 엄청난 지출이 소요되기 때문에 젊은층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차원에서 출산지원금을 주면 좋겠지만 재원이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에서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방법을 정부에서 고민하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최근 한 기업은 출산한 직원에게 출산장려금 성격으로 1억원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출산 지원금을 받은 직원들의 기쁨도 잠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출산장려금 소득에 대해서 세부담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기업은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면서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세금효과를 비교해 보면,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할 경우 연봉이 5000만원 정도되는 근로자의 경우 추가로 받은 출산지원금 소득 1억원에 대해 대략 3000만원 정도의 근로소득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되고, 거기에다 회사와 근로자가 추가소득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료 등 4대 보험료까지 감안하면 50% 가까이는 세금이나 준조세로 납부되기 때문에 출산지원금에 대한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출산지원금을 증여방식으로 지급하게 되면 증여가액 1억원까지는 10%의 증여세율이 적용되므로 근로소득세와 비교해서 훨씬 작은 세부담으로 출산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개인에게 증여하는 금액에 대해 적격 기부금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논란이 계속되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부도 출산지원금의 지급을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출산지원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출산지원금에 대한 과세 이슈가 더 커지게 되었다.

정부가 올해 세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 손금이나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법인세법시행령과 소득세법시행령을 개정해서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출산지원금을 받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세금부담이 없도록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비과세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을 마련해서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입장표명까지 있었다. 물론 결과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지원 방안에 대해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는 일부 대기업 직원들만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저출산 문제를 기업들에게 그 역할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파격적인 세금정책 까지 나오는지 이해는 되지만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도 출산지원금에 대한 세제지원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한 조정을 거침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출산지원금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보다 많은 기업들이 출산지원금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어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출산지원금에 대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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