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얼마 전에도 안전 안내문자가 왔다. “청주시에서 실종된 A 씨(남, 72세)를 찾습니다. 165cm, 백발스포츠, 보라색패딩, 검정바지, 진회색운동화 ☏182 (충북경찰청)” 화재, 황사, 날씨 등 재난문자와 함께 실종자(대체로 치매 환자)에 대한 안내문자가 자주 오고 있다.

최근에도 인터넷 뉴스(공감언론 뉴시스)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치매로 인한 불행한 사고이다. 귀가하던 며느리가 마당에 있던 시어머니를 못 보고 차로 쳐 숨지게 했다니 너무 안타깝다. “18일 전북소방본부와 익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9시 1분께 전북 익산시 성당면의 한 주택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A 씨(55)가 시어머니 B 씨(91)를 차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 씨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은 A 씨가 ‘치매환자인 시어머니가 마당에 누워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사고가 났다’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니…….”

지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슬픈 소식도 들린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을 꼽으라면 이구동성으로 치매라고 답한다.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질병이고,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뇌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은 뭘까?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의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이 감명 깊다. 좋은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열심히 공부하다가 이후로는 안락한 직업을 가지고 가능하면 머리 고생, 몸 고생을 하지 않고 살고 싶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일찍이 공부를 그만두고 머리를 쉬게 내버려 두면 더 빨리 치매가 오는 노년을 맞이할 수도 있다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근육을 쓰지 않고 가만히 오랫동안 누워있으면 나중에는 걷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근력조차 남지 않아서 근력을 회복할 기회마저 잃게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머리가 고생하지 않고 쉬기만을 계속하면 ‘인지 예비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 한다.

인지 예비능이란 한마디로 ‘뇌 근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근력의 여유분이 충분한 이는 며칠 누웠다가도 일어나 걷기 시작하면 금세 회복되어 다시 일상적 신체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 걸을 수 있는 최소 근력과 현재 근력의 차이가 예비능인데, 여름철마다 주목받는 전력 예비량과도 비슷한 개념이라 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평생 다양한 방법으로 몸과 머리를 사용하면서 인지 기능을 잘 관리하면 인지 예비능이 비교적 높다. 이렇게 여분이 많은 상황에서는 상당한 뇌의 구조적 고장이 누적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인지 기능 자체는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 치매를 앓지 않을 수 있으니, 뇌의 통장 잔액이라 여겨진다. 평생 이 통장 잔액을 풍부하게 만들어 놓으면 노화나 질병으로 안타깝게 뇌에 병적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삶의 질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무척 기쁘다.

치매 발생과 관련된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볼 때,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으로는 크게 신체 활동, 인지 활동, 사회 활동을 꼽을 수 있다. 복잡하고, 정신적으로 부담이 되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인지적 과제를 꾸준히 수행하면 인지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머리를 힘들여 더 쓰면 쓸수록 인지 기능이 좋아지고, 머리는 더 많은 좋은 자극을 받고, 신경 사이에는 새로운 연결이 생겨난다. 이러한 원리는 근육과 똑같다. 계단 오르기는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근력이 좋아지면 점점 더 가뿐하게 계단을 오를 수 있고, 운동량은 더 많아지며, 근력은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생긴다. 쓰지 않으면 기능을 잃고, 그렇게 기능을 많이 잃으면 삶을 잃는다니……. 마치 용불용설(用不用說)의 교훈 같다.

노년기의 경제활동을 빈곤의 결과로 이해하던 과거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평생 공부하고 일하는 것은 치매 예방책이고 노쇠 예방책이니, 꾸준히 배우고 익히며, 아주 작은 일이나 봉사 활동이라도 즐겁게 실행에 옮기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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