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심민정 충청북도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보호계 경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유명 드라마의 대사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유형의 스토킹은 로맨틱한 구애의 한 방식으로 통용되기도 하였으며 스토킹을 합리화하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랑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일방적 애정 행위는 범죄가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필자는 스토킹 사건처리 및 피해자 예방 활동 업무를 맡으며 다양한 유형의 스토킹을 접하게 되었다. 위 사례와 같이 일방적 애정을 구하는 ‘친밀형 스토커’, 헤어짐을 부정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분노형 스토커’, 피해자의 물건을 가져가는 ‘약탈형 스토커’ 등이 대표적이다.(Mullen의 스토킹 유형) 그리고 알게 된 사실 하나, 스토킹 행위 유형은 다양하나 누군가 멈추어주지 않으면 그 행위는 점진적으로 공격성이 짙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그로 인해 피해 위험성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간, 보다 실질적으로 행위자를 규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 개정이 몇 차례 이루어졌고, 스토킹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홍보활동을 강화하였음에도 충북청 기준 스토킹 범죄 112신고는 법 시행이 되던 21년 296건을 시작으로 22년 787건, 23년 955건을 기록하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토킹 행위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킹 가해자의 공격성, 집착적 성향 등 심리적 기제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가부장적 사고, 성차별적 의식, 스토킹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작용한다고 보여진다.

경찰은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및 유치장 유치 등 잠정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있으며,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 지급, 112등록, 주거지 CCTV설치 등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사건 접수시 부터 피해자 콜백 등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전수합동조사를 통해 맞춤형 피해자 보호를 하고 있다.

또한, 유관기관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청주 YWCA 여성종합상담소에서는 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여성긴급전화 1366에서는 임시거소를 제공하며 해바라기센터에서는 원스톱 치료·상담·조사를 하는 등 기관별 맞춤형 보호 활동으로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18일 청주YWCA여성종합상담소에서 충북도경찰청과 지자체, 여성긴급전화 1366, 해바라기센터 등 유관기관 실무자들이 모여 스토킹 피해자 지원에 대하여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 경찰은 위치추적전자장치 활용으로 실질적 피해자 보호를, 충북도청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중장기 주거지원을, 청주YWCA에서는 피해자의 회복 프로그램을 약속했다.

그간 스토킹으로 인한 강력범죄 발생이 잇따르면서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전자장치 착용, 반의사불벌죄 폐지,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 규정 신설 등 실질적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구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토킹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은 바로 우리 사회의 인식개선이다. 이별에 대한 서로 간의 다른 이해, 의사 표현의 잘못된 방식, 접근의 용이성을 통한 SNS의 그릇된 활용 등 스토킹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 올바른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여 스토킹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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