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병호 한국재정지원운동본부 이사

미래에 살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청량한 공기를, 푸르른 나무 그늘을 물려주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가능할까? 이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현실의 무게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세상은 미세먼지로 뒤덮여, 폭염에 휩싸인다. 먼지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은 더 이상 따스하지 않다. 이런 세상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결혼 초년차, 지금 현 시대의 부부들은 출산을 고민한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의 책임, 경제적 부담, 사회의 기대... 그리고 기후 위기 때문이다.

지난 해 4분기,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65로 기록됐다. 역사상 최저치를 찍은 것이다. 그리고 최근, 2030세대에서 기후 위기를 들고 출산을 꺼리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름이면 폭염, 겨울이면 미세먼지로 숨이 막힌다. 주변의 한 아이는 비염에 시달리는데, 해외에서는 약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그 증상이 돌아온다고 호소한다. 이런 소식에 소식을 접한 부부들은 아이를 낳기를 망설였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결혼 저년차 부부들은 여름의 폭염이 해를 거듭하며 기후 변화가 심각해져만 간다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에 대한 인식 변화를 느껴 출산을 망설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젠 태어날 아이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이 글을 보면서 기후 위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하며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것인가를 고민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영국, 인도, 멕시코,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서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기후 위기가 자녀를 갖는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지구 온난화, 물 부족, 극심한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나타났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13개의 연구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자녀를 적게 낳거나 아예 낳기를 포기하는 경향"을 밝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기후위기가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청년들은 삶의 여건에 대해 더욱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는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 완화, 일자리 창출, 교육 및 보육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청년 기본법 적용 연령도 기존 만 34세에서 지자체 평균 만 39세 이상으로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와 개인의 가치관과 인식의 변화이다. 자녀의 수보다는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고, 환경을 생각하는 인간다움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지금의 우리 선택이 미래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 영향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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