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윤명혁 S&T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우수 경칩과 춘분이 지나고 확연한 봄이 찾아왔다. 새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활력이 생기면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는 좋은 시간이어야 하는데도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 우리는 지난겨울의 상처로 많은 아픔을 겪고 있다. 춥고 눈이 펑펑 내려야 하는데 눈은 찔끔하고 비가 내리는 날이 더 많았다. 비가 오고 흐린 날이 많아지면서 일조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현상이 나타나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과채류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우선 겨울 과일의 제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딸기는 일조량 부족으로 잿빛 곰팡이병이 만연하면서 수확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금 딸기가 되고 말았다. 겨우내 비싼 기름을 때 가면서 가온하여 가꾸어 놓은 멜론이 한참 열매를 맺어 과실이 커가고 익어갈 무렵 일조량 부족으로 다 썩어버린 농장주의 아픔은 누가 헤아려 줄까?

겨울철 하우스 재배에서 일조량은 과채류에는 치명적인데 가뜩이나 지난해 냉해와 과수 화상병, 우박 등의 피해로 사과 배의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참에 봄철에 딸기, 참외 등의 과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지금 사과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생전 팔아보지 못한 값에 사과가 팔리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아열대 과일들을 수입한다고 난리지만 이미 올라있는 과일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자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인 에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겨울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서 공중 습도는 높았는데 반대로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20~30% 이상 짧아지면서 딸기, 참외, 토마토, 멜론 등의 생산에 차질을 가져온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29일까지 우리나라의 총 일조시간은 411.1 시간으로 이는 평년 509.0 시간보다 97.9 시간이나 적은 것으로 평년 대비 80%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이번 겨울 일조량은 최근 10년간 가장 적은 기록으로 일조량이 가장 많았던 2021년의 586시간에 비하면 무려 175시간이나 적은 것인데 이는 한 달 치 일조량이 거의 없어진 것과 같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결과로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정부는 급기야 농산물 긴급 안정 자금 1500억 원을 투입하여 도매시장 납품 단가의 지원대상을 13개 품목에서 배, 포고 등 21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지원 단가도 1kg당 최대 4000원까지 인상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의 기상 이변은 과일값의 고공행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렇게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린 겨울은 분명 우리 농업에 또 다른 재앙을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면서 어김없이 봄도 빨리 찾아왔는데 온갖 만물의 소생도 함께 빨라지고 보니 농민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렇게 빨리 봄이 찾아오면서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등 과일나무의 개화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고 봄철 꽃샘추위가 지나기 전에 개화를 시작하게 되는데 지구온난화로 불안전 기후가 계속되면서 매년 4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영하의 기온이 찾아오게 된다. 과수의 꽃에서 암술이 저온피해를 보게 되면 과실이 아예 맺히지 않거나 맺힌다 해도 기형 과가 되고 만다.

그것뿐이겠는가? 5월, 6월의 불안전 기류는 국내 어느 지역엔가는 분명 우박을 내리게 되면 그나마 매달려 겨우 살을 찌울 과실에 치명타를 주는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찾아오고 있다. 이런 연유로 과일값이 비싸지자 저온피해 과일과 우박 피해 과일을 소이 못난이 과일이라 하여 대형 매장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서글프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런 자연의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아낼 수는 없지만 피해가 나타나기 전에 예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2019년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되면서 앞으로 5~6년 후면 아열대 과일들이 무관세로 수입된다는 것이다. 이때 과연 우리의 과수농가들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까?

동남아의 싼 가격에 맛과 기능성이 뛰어난 과일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 온다면 참외, 수박은 물론 국민 과일이라고 하는 사과와 배, 복숭아까지도 어떤 처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마다 반복되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과수의 수난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예방 대책에 강구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기상 탓만 할 것인가? 재배 적지의 선정과 과학적인 예방 대책, 재배기술 등을 개발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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