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공직자 새해소원은 악성민원으로 부터 해방, 이직 원인 1위
정부차원의 악성민원 고소·고발 의무화및 법제화 필요

악성민원은 공무원 노동자에게 이제는 단순한 '갑질'을 넘어서 '흉기 없는 살인'임을 민원인들도 알아야 한다.

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청 주무관으로 인해 다시금 공무원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고인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수많은 인신공격성 댓글과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아오던 고인의 컴퓨터에는 '힘들다'는 세 글자만 선명히 남아 있다고 한다.

충남 아산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아공노)은 지난해 충남 아산시에서도 김포시청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커뮤니티(인터넷 카페)에 업무담당 팀장님과 주무관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민원접수 방식을 상세하게 공유하며, 전국단위 민원을 접수토록 조장함으로써 담당공무원들을 힘들게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아공노는 2024년 아산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새해소원에 대해 조사를 해본적이 있다.

1위가 '보수인상', 2위가 '악성민원으로부터 해방'이었으며, 이러한 결과는 공무원 노동자의 이직을 부추기는 원인 1, 2위 이기도 하다.

아공노에 따르면 지난해 크고 작은 민원인 소동이 있었는데 모 면사무소에서 발생한 공무원 폭행사건, 모 동사무소에서 발생한 민원인 자해 소동, 모 사업소에서 발생한 공무원 폭행사건 등 크고 작은 폭언 또는 폭행 사건들이 발생하고 경찰 및 검찰 조사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런 폭력 또는 폭행사건과 함께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적절한 응대에도 불구하고 상습적,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끈질긴 악성 민원이 공무원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시청내 사내 게시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월급은 적은데 악성 민원으로 인해 업무량은 늘고'라는 한숨섞인 글과 함께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악성민원인을 상대하느라 정작 먼저 민원신청을 한 선량한 시민들의 민원처리가 지연됨에 공무원 노동자들은 또한번 미안함을 표현해야 하고, 선량한 민원인들이 피해를 받는 상황 및 행정력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중앙정부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지난 14일 행정안전부와 공무원노동조합간 (긴급)간담회가 이뤄 졌으며, 이 자리에서 공무원노동조합은 기관차원의 고소, 고발 의무 명시화를 비롯해 공무원 노동자의 보호제도 마련 및 강력한 법적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요구했다.

이제는 악성민원으로 인해 공무원 노동자가 병들어 가지 않게 악성 민원인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하고, 공무원 노동자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며, 동료라는 사실을 시민들 역시 인식해야 한다.

박경귀 시장은 지난 11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김포시청 공무원의 비보를 언급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소식을 듣고 어떻해 해야 우리 직원들이 안전하게 근무하고 시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정도를 벗어나 직원들을 괴롭히는 분들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전 부서가 조직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아공노 박민식위원장은 "해가 갈수록 악성민원이 늘어나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매년 공직사회를 떠나가도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 하다 보니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난 수십 년간 친절, 신속, 무조건 해결만을 강요해 왔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시민들의 눈치만을 보면서 공무원노동자들의 인권은 없어졌고 남은 것은 죽음, 질병, 퇴사뿐이었다"며 "악성 민원에 대한 기관차원의 고소·고발 의무화 및 법제화를 통해 악성 민원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악성 민원=범죄라는 시민의식 변화를 위한 홍보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정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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