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물꼬를 트며 의정 갈등 중재자로 나선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5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뒀지만, 그에게 위임된 카드는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의정 간 접점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예견됐다.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유연한 처리긴밀한 소통을 내놓았지만, 정작 최대 이슈인 의대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선 어떤 방향성을 제가 제시하는 건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시도가 무위로 끝나자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지난 25일 성명을 내고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충남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강원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다른 의대 교수들도 조만간 사직서 제출에 동참할 예정이거나,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증원 문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 않는 한 정부로선 이들을 제어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 전공의와 달리 의대 교수 대부분은 정년이 보장되는 대학 교원으로, 사직서 수리 시 정부가 진료 유지명령 등을 내릴 수 없다. 사직서 제출과 관련해 강제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충북도는 지난 25일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 교수들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현격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김영환 지사는 의대 증원은 충북의 정당한 권리이자 아주 긴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한 반면, 비대위 교수측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병원의 의료지표 개선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해 왔다며 사직 의사를 강력하게 비쳤다.

대통령실은 ‘2000명 증원에 요지부동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242000명씩 증원키로 한 계획에 변화가 없고,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치 처분 절차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2035년에 (의사 수가) 1만명 정도 부족해 이를 메우려면 연간 2000명 배출은 필요한 상황이라며 “5년 정도 이후에 필요하다면 인원에 대해서 좀 더 (논의해) 볼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중재를 놓고도 일각에선 비판적 견해가 나온다.

그는 애써 의정대화의 새로운 시작점 될 것이라는 의미를 뒀지만, 야권에선 일련의 과정을 두고 총선용 시나리오라고 평가 절하한다.

애초 한 비대위원장에겐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라는 카드 밖엔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정 협상 테이블엔 의대 증원 정책을 내놓았던 주체인 정부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 갈등의 봉합은 난망한 것이 됐다. 그리고 그 기간만큼 환자들의 생명권은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더욱이 교수들까지 집단사직하게 되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이제라도 정부가 대화에 나서 현명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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