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보며] 정연길 행정학 박사ㆍ전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지난 해 연말 책장 정리를 하다가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옛 추억을 회상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 사진은 스코틀랜드 애든버러(Edinburgh, Scotland UK)에서 삼성 로고가 있는 상점을 배경으로 찍은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1994년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영국의 Kingston upon Hull(약칭 Hull) 시티에 있는 헐(Hull) 대학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해 영국 여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긴급 뉴스를 보고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에 대한 심적 혼란이 있었다. 그리고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애국심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영국 여행을 하면서 만난 아시아 사람은 한국인 일본인 홍콩인이었다. 영국 사람들은 나에게 일본에서 왔냐는 질문을 자주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일본은 힘이 있는 국가이고 잘 사는 나라로 인식되었던 시대로 영국인은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는 어디에 있는지,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으며 영국에는 한국에서 생산된 상품도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외국 여행에는 개인적인 학력, 직위, 명예 등의 가치보다 우리나라의 힘, 국력이 더 중요했었다. 국가가 우선이다 아니다 개인이 우선이다 라는 논쟁 속에서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개인이 있으므로 국가가 있다 라기 보다는 국가가 있음으로써 개인이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를 영국 여행을 하면서 확신하게 되었다.

헐 대학에 있으면서 잠시 에든버러 여행을 했다. 에든버러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마지막 날 우연히 영문으로 된 삼성 로고가 있는 상점을 보는 순간,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 감동의 중심은 애국심이었다. 그곳에는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 가전제품, 핸드폰이 아닌 복사기, 사진기, 타자기 등의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이 눈물 나도록 고마웠고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하였다.

애국심은 애국을 하는 마음, 즉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정신으로 국가에 대한 애착이나 헌신의 감정이며 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국의 평론가이자 역사가인 토머스 카라일(Thomas Carlyle)은 ‘애국심은 국가 번영의 영원한 조건이다’라고 했다.

4월 10일에 실시되는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애국을 하는 마음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와 상관없이 한국 정치에 대한 개혁이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번에는 반드시 정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애국심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국가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는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국가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국민의 통합에 대한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논어 이인 편에서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눈앞에 보이는 사사로운 이익에 밝다고 했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제22대 국회의원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서 애국을 하는 마음으로 군자의 길을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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