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정부의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계획에 대해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 없는 선심성 정책'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방 일부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서도 주택거래에 다소 숨통은 틔워주겠지만 해제 지역을 과감히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 미분양 매입 '실효성 의문' = 업계는 정부의 지방 미분양 매입 계획에 대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건설사를 돕겠다는 취지는 환영하나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분양은 9만가구를 넘어섰는데 내년까지 매입 목표치가 5천가구에 불과하고, 대상 아파트 매입 가격도 낮을 것으로 예상돼 큰 도움이 못된다는 주장이다.

h건설 관계자는 "임대수요가 많고 국민임대주택 등 공공임대 건립계획이 있는 지역의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얼마냐 되겠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매입 가격을 국민임대 건설원가나 감정평가 금액중 낮은 것으로 한다면 분양가보다 훨씬 싼 값에 팔아야 하는데 임대수요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를 '떨이'로 팔 회사가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고있던 1998년9월 주택공사를 통해 자금 3천억원을투입해 전용 85㎡ 이하의 준공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기로 했으나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간 107억원 어치 199가구를 매입한 게 고작이었다.

당시 부도 건설사들이 크게 늘었음에도 매입 가격이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의 60-70%에 그쳐 건설업체의 호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주공이 비축용 임대아파트로 쓰겠다며 8월20일부터 수도권 중형 아파트 매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청 가구수는 미미하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 아파트 일부가 임대물량으로 팔려나갈 경우 기존 계약자의 반발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아무리 규모가 작은 중견 건설사라도 회사 브랜드나 입주자의 반발 때문에 분양률이 30-40%만 되더라도 나머지 물량을 임대로 팔기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번 정책의 실효성과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선을 의식한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까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주택시장이 위축된 것은 비정상적인 정부의 시장규제때문"이라며 "일단 시장규제를 푼 뒤 그래도 위험하다면 정부가 나서야지, 규제는 두고 국민세금을 풀어 건설업체 미분양을 사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에 몰린 업체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악성 사업장의 경우 분양가를 깎아주거나 싼 값에 통매매를 하기도 하므로 정부의 매입 대상만 된다면 어느 정도 이윤을 포기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투기지역 해제 확대해야" = 이번에 지방 투기지역을 일부 해제한 데 대해 업계는 대체로 긍정 평가를 하고 있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 규제가완화되면서 자금 융통이 지금보다 쉬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해제된 곳이 대구, 대전 등 일부 지역으로 한정돼 효과가 반감됐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분양이 심각한 천안, 아산 등 충청권과 입주후 빈집이 수두룩한 부산지역을 해제 대상에서 제외한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대표는 "이미 지방은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이 쌓여 있고 그로 인한 주택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돼 투기지역을 해제해도 투기의 우려가 전혀 없다"며 "이런 지역은 과감히 추가 해제 대상에 포함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지방 미분양을 사들일 게 아니라 주택 구매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지방 분양시장에는 거래시장 위축으로 입주때까지 집이 안팔려 잔금 납부를 못하게 될까봐 분양을 못받겠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며 "유동성이 막혀 거래가 위축된 것인 만큼 대출 규제와 완화와 동시에 고가주택과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해주는 등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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