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청기행>⑫괴산 낙영산 공림사

[충청일보]공림사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잘 닦여진 37번 국도를 따라가다 사담리에서 좌측으로 접어들면 낙영산이 보이고 그 아래 공림사가 자리잡고 있다.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공림사로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르지만 차량이 교차할 수 있도록 길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공림사 앞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우리가 도착한 오전에 이미 차량들이 만원이다. 공림사 앞 마당에 우뚝 서있는 느티나무에서 매미들이 요란하게 울어대고 있다. 넓은 바위에 걸터 앉은 나그네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은은한 목탁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곳은 낙영산의 풍광이 뛰어난데다 역사 깊은 사찰인 공림사가 있어 불교인 뿐 아니라 등산객도 많이 찾아 오는 곳이다.

공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末寺)이다. 신라 경문왕 때 자정선사(慈淨禪師)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자정선사는 국사의 지위를 사양한 뒤 이곳에서 초암을 짓고 살았는데 그의 덕을 추모한 왕이 공림사를 지어 사액을 내렸다고 전한다.

한국전쟁 전에는 대웅전, 승방, 영하문(暎霞門), 문루, 행랑채, 방앗간 등 8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한국전쟁 뒤 공비의 잦은 출몰로 영하문과 사적비만 남고 모두 소실되었다. 1965년 법당과 요사채를 재건하였고, 1981년부터 1994년까지 대대적인 중창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건너 마당에 이르면 푸르른 잔디가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어느 별장의 앞 마당처럼 잔디가 자라 처음 찾는 이방객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중앙에 5층 석탑이 자리잡고 있는데 건립된지 오래되지 않은듯 깨끗한 모습이다. 사찰의 석탑은 대개 떨어지거나 이끼에 찌들어 있는 것이 보통인데 공림사의 석탑은 싱그럽기 조차해 정이 가는 건축물이다.

대웅전을 비롯해서 관음전, 삼성각, 범종루, 선원, 영하문이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 요사채 등이 잘 배치되어 있다. 범종과 부도 3기, 맷돌, 석조(石槽), 사적비 등도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 범종은 1776년(영조 42)에 주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아직도 위엄이 서려 종소리가 천리는 갈 것 같은 느낌이다. 극락전 안에 안치된 금동아미타여래좌상은 조선 초기의 작품인데, 공비 토벌 때 손상된 것을 1979년에 개금(改金)하여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재현하였다.

부도는 극락전 좌측의 청룡날에 2기가 있고 남쪽의 부도골에 1기가 있다. 청룡날의 것은 모두 높이 170㎝로서 조선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도에 오르니 낙영산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대나무 잎새에 머물러 시원스레 흔들거리고 있다.

공림사 사적비는 조선 숙종 14년(1688)에 세운 것으로, 경내의 요사채 동쪽 언덕 아래에 있는데 사각형 지대석 위에 복련(伏蓮)이 조각된 화강암 비좌(碑座)를 놓고 높이 177cm, 너비 90cm, 38.5cm의 대리석 비신을 세우고 팔작지붕 모양의 비관(碑冠)을 얹었다.

전설에 의하면 절 뒤쪽 미륵봉에는 황금밀탑(黃金密塔)이 있었다고 한다. 당나라 고종 때 낙양(洛陽)의 무덕(武德)마을 공중에 황금밀탑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사라지지 않다가 며칠 뒤 공중의 밀탑이 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은 고종은 밀탑의 뒤를 뒤쫓게 하였는데, 탑은 현재의 미륵봉 바위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위를 깨어보니 밀탑은 없고 미륵장륙삼존불(彌勒丈六三尊佛)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다른 전설은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의 고조가 세수를 하기 위해 세숫물을 받아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비치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신하를 불러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이 산을 찾도록 하였다. 그러나 당나라 안에서 찾지를 못했으나 어느날 동자승이 나타나 이 산은 동방 신라국에 있다고 알려줘 신라까지 사신을 보냈다. 사신이 신라에 도착하자 한 도승이 나타나 산의 위치를 알려주어 그 산을 낙영산이라 이름지었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전설이지만 낙영산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다. 낙영산의 높이는 746m로 비교적 높지 않다. 그러나 암골비가 뛰어난 바위산으로 조망이 매우 아름답다. 산자락 곳곳에 두꺼비바위, 코끼리바위 등이 있어 산행의 묘미와 시원스런 전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 연봉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공림사에는 천연기념물 제266호로 지정된 망개나무가 있다. 이것은 갈매나무과에 속해 있는 낙엽교목으로 일본의 남쪽지방과 중국의 중부지방에서 서식하는 희귀식물인데 이곳에서도 잘 자란다. 망개나무 뿐 아니라 20여 그루의 고목군락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절 앞에 있는 느티나무는 괴산에서 가장 유명한 고목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아름다운 낙엽이 일품이다.

낙영산에 둘러 싸인 공림사는 아름다움 만큼이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부터 사랑받고 있다.
/글·사진=조무주 대기자

▲ 낙영산 아래 자리잡고 있는 공림사. © 편집부
▲ 낙영산의 아름다운 암석. © 편집부
▲ 공림사 앞에 세워진 낙영산 표지석.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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