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름은 길고 지루하다. 계속된 비 때문이다. 지난 7월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가 열흘 넘게 계속되더니 장마가 끝난뒤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리고 있다. 80평생을 살아 온 할아버지들도 이같은 날씨는 생전 처음이라고 말한다. 왜 이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가.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여름이 실종됐다는 말도 나온다. 이때문에 여름장사는 모두 허탕을 치고 말았다. 날씨에 가장 민감한 아이스크림, 야외수영장, 에어컨 등의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야외의 물놀이 시설인 수영장의 경우 비가 오면 손님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이어서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고 울상이다.

전국의 해수욕장도 피서객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인근 상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휴가철 장사로 한해를 먹고 산다는 펜션 업계도 마찬가지다.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올 여름 장사를 하지 못해 파산 직전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비가림 시설이 되어있는 재래시장은 근근히 손님이 찾아오지만 노천에서 장사를 하는 곳은 개점 휴업 상태다. 보통 평년에 비해 30% 매출이 줄었다고 말한다.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벌써 남부지방에서는 가을 장마가 몰려 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는 비로 시작 비로 끝나는 여름이 되고 말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부지방에서 부터 가을장마가 시작돼 추석 전까지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올 여름 기온도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져 농작물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7월 기온은 평년보다 0.6℃ 낮았고 일조량은 114.2시간으로, 평년보다 46.2시간이나 짧았다. 8월 들어서는 평년보다 기온이 3도나 더 떨어졌다. 이 때문에 벼를 비롯한 농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으며 병충해 발생 빈도도 높아졌다. 특히 벼의 경우 계속되는 장마와 태풍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어 세균성 벼알마름병이 크게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과, 배, 밤, 대추 등 과일의 생산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저온 피해로 착과가 적고,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도 떨어져 제맛도 나지 않고 있다. 현재 출하되는 복숭아와 포도의 당도는 각각 10°와 13°로 예년보다 2~3°가량 낮고, 출하량 역시 지난해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올해는 유달리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잦았다."면서 "연도마다 편차가 있지만 지난 30~40년간의 기록을 볼 때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서울 지역의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1971~1980년 12일이던 시간당 30㎜ 이상 폭우 발생 일수가 1991~2000년에는 31일로 늘었고, 2001~2010년에는 37일로 급증해 세 배 이상이나 됐다.

2000년대 들어 기후 변화의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폭우 일수가 늘어난 것이 그 증거이다. 시간당 30㎜ 이상 집중 폭우는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온난화 탓에 비구름이 커지고 이것이 비가 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수증기를 흡수해 집중 호우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우 이유로 해수면 온도의 상승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43년간 1.5도 정도 올랐다. 어떻튼 우리나라 기후는 급격히 변화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정부도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것이다.



/조무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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