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충주호에 갔다가 말로만 듣던 단양팔경을 직접 돌아보며 음미해보기로 했다. 팔경 중 두 곳은 북단양쪽에 있고 나머지 여섯 절경은 남쪽에 모여 있었다. 오후에 충주호반에서 길을 나서며 여덟 군데를 하루에 다 보기는 힘들 것 같아 우선 남쪽 여섯 군데를 보고 다음날 북쪽 두 경치를 보기로 했다. 제천 쪽 충주호반을 따라 남쪽으로 오다보면 나오는 옥순대교에서 호수 건너편으로 바라다 보이는 봉우리가 팔경 중 옥순봉이다. 산봉우리가 그리 높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수직으로 솟은 암석과 오랜 세월 그 사이에서 자라 자연스레 하나가 된 나무들이 호수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보는 이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 옥순대교 건너편의 장회나루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이 구담봉이다. 산 아래쪽은 충주호 위로 절벽을 이루듯 바위가 병풍처럼 이어져 있고 그 위로 바위와 나무들이 어우러져 숲을 이루는 구담봉은 장회나루에서 보면 마치 호수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단양팔경이 아니어도 충주호 주변에 둘러 보이는 곳곳에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산들이 호수에 잠겨 은은한 멋이 있었다.

다음에 둘러본 곳은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으로 이어지는 삼선암이다. 장회나루를 지나 선암계곡입구에서 우회전하여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산을 수직으로 내려오는 하선암이 나타난다. 거대하고 웅장한 바위를 기대하다가는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을 만큼 평범하고 아담하다. 하선암에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왼쪽 편에 중선암 표시가 나온다. 도로에서 조금 안으로 들어간 곳에 위치한 중선암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이어진 바위 계곡으로 어느 바위 하나를 꼽아 이름붙이기 어려워 보인다. 중선암에서 도로로 더 가다보면 왼편에 상선암이 보인다. 삼선암이 절경으로 꼽히는 것은 특정바위 때문이라기보다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바위산에서 풍기는 자연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덕분인 듯싶다. 상선암에서 선암계곡로로 계속 가다가 왼편 도락산로로 빠지거나 상선암에서 다시 중선암으로 돌아와 오른편의 사인암로로 가다보면 사인암이 나온다. 여느 평범한 바위 같은 삼선암과 달리 사인암은 높은 탑처럼 바위절벽이 계곡에 우뚝 솟아 있고 바위 꼭대기에는 사각형 모양의 돌이 관처럼 얹혀 있으며, 수직으로 뻗은 바위 암석 틈새로 초록빛 나무들이 자라 한눈에 봐도 눈에 띄는 풍모다. 사인암을 떠올리니 그날 기암괴석의 자태에 취한 사람들의 시선들, 바위 아래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바위 경치 위에 펼쳐지는 듯하다.

다음날에는 충주호에서 학현소야로로 해서 북단양쪽으로 도담삼봉과 석문을 보러 갔다. 단양읍 중심지는 오른쪽으로 둥근 조개처럼 펼쳐 있고 바로 위쪽에 오른편에서 도끼모양으로 길게 뻗은 지형이 맞물려 있는데, 충주호가 두 지형 사이를 휘감는 뱀처럼 돌아나간다. 오른편에서 뻗은 지형을 휘감는 물길 가운데 도담삼봉이 있다. 지금은 수면이 높아져 예전의 풍채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가운데 솟은 봉우리와 양 옆의 야트막한 두 봉우리가 호수의 경치를 한껏 살려준다. 뾰족하게 치솟은 가운데 봉우리 위쪽은 나무가 푸르고 아래쪽은 바위가 드러나 있으며, 밑자락에는 원래 나무로 된 사각 정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손실되어 없고 지금은 산 옆 자락에 새로 육각정자를 세워놓았다. 호수 한 가운데 떠있는 고아한 산자락의 정자는 유구한 강물과 마주선 산들을 응시하며 그윽한 풍유를 잠잠히 음미하듯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도담삼봉 바로 옆의 야산 위에서 팔경 중 마지막으로 석문을 찾았다. 거대한 바위 틈 사이로 호수가 내다보이고, 바위 위로 나무가 우거진 석문의 절경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의 자연의 신묘한 조화를 뽐낸다.




/황혜영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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