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창의체험학습자료와 수업모형 및 교재를 개발 시행하느라 골몰하다. 그렇다면 이제까지는 창의체험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반증이 아닌가? 국민을 혁신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교육목표다. "대학" 제2강령이 '백성을 새롭게 하는데 있다'이다. 근래 한국교육계에서는 '암기위주의 교육을 시키지 말고 창의력 교육을 시키라'는 말을, 마치 획기적인 교육론인양 인식하고 강조한다. 몰식견한 사람들은 그 말이 몰식견적 비논리적 말인지 식견하지 못하고 맹종한다.

필자는 2009년 4월 2일 충청일보에 '선이해 후암기, 창의력의 원천이다'라는 글을 썼다. 기존지식 없이 창의력은 발휘되지 않는다. 암기력 수준이 창의력 수준이다. 암기를 잘 해서, 얻어지는 탁월한 효과를 살펴보자.

첫째 필자가 암기한 선지식(先知識)이 때문에 그 연원과 출처를 인지한 경우다.'율곡선생남매분재기'에 기록된 '사랑복(思郞福)'이라는 사내종의 이름은 '사랑부엌'에서 태어낳았기 때문이라고 추리했다. 필자 고향에 정순조라는 분은, 부엌에서 태어낳다고 해서 '붝조' '복조'라고 별칭했는데, 이를 통해 추리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정철의 시조,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를 암기했는데, 나중에 "시경" '료아'의 일부를 창용(創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달토록"원은, "사기", '고조공신연표'의 "황하가 허리띠처럼 가늘어지고,태산이 숫돌처럼 납작해질 때까지,"를 창용했다. 속리산 정2품송은 "사기",'진시황본기'의 "대부송(大夫松)"을 창용했다. '1972년 10월 유신'은 "시경" '기명유신'을 창용했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둘째 암기가 절대 필요한 경우도 허다하다. 판소리와 굿을 할 때 그 장문의 사설을 암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구연(口演)하겠는가?탈랜트들이 대사를 암기 하지 않고 어떻게 구연하겠는가? 웅변원고를 암기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열변하겠는가?

셋째 암기하면 유리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암기를 잘 하면 퀴즈문제를 풀 때와 면접시험에 유리하다. 즉 기억재생속도가 빨라져 단추 누르는 속도와 반사적 응답속도가 빨라져서 문제해독률과 취업률이 높아진다. '직지'의 간행연도가 1377년이다. 이 연도를 암기하고 있으면, 직지와 알려지지 않은 금속활자본의 간행연도의 선후관계를 즉각 식견하여, 직지보다 앞섰을 경우 최초로 공개하면 최초 발견자로 학문적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넷째, 우리 선인들 중에 암기를 강조 대성한 사례를 보자. 송시열은 매일 "맹자"수편, "서경"의 '요전 순전'과 '대우모',"중용"과 "대학"의 정문(正文), 주자의 글 중 한 두 편 장편(長篇)을 외웠다. 매번 문생들에게 "독서는 반드시 평일 외우는 것이 있은 후에 활용할 수 있다. 3~4백 번을 두루 읽지 않으면 문리(文理)에 통달할 수 없다"고 했다. 정약용도 암기왕이다. 김득신은 백이열전을 억 만번을 읽고 암기했다. 이하곤도 눈물이 나도록 고전을 암기했다.

위를 통해 보듯 암기수준이 수준이 온고지신 수준이다. 온고지신 수준이 창의력 수준이다. 창의력 수준이 성공수준 인생수준이다. 따라서 암기위주의 교육부터 잘 시키면 천재적 창성(創成)을 발휘할 수 있다.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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