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아침에>한병진 대전선병원 정신과 과장

'저에게 왜 이런 우울증이 온 것입니까?' '그 원인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사람들에게서 자주 받게 됩니다. 그런 질문에 대해 '중년의 삶을 살아오시면서 자신의 일과 건강, 자신과 자녀와의 관계, 부부관계 이러한 삶의 측면중 하나에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 오셨을 것 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럴 경우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우울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대개는 '전 그런 스트레스가 없는 데요'라고 말하며 자신은 별로 삶에서 힘든 것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측면을 함께 논해 보면, 자신의 일과 건강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가 있었고 그것이 삶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왔던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됩니다. 조금 돌아보면 문제를 발견하게 되는 것을, 사람들은 왜 그런 힘든 면이 없었다고 말할 까요? 그것은 당장에 어떻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삶의 문제를 덮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누구나 다 한가지 씩 힘든 게 있지 뭐! '라는 일반화로, 어떤 사람은 '난 그건 신경 안 써!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라는 외면의 방법 등을 사용해서 당장 느껴지는 유쾌하지 못한 심리적 괴로움을 피해 버립니다. 문제는 완전하게 피해 갈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신경을 안 쓰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은연중에 한 쪽에서는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고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미봉책으로 하루하루를 신경 안 쓰고 살아가는 나날에도 무의식에는 계속 스트레스가 가중되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심리적 부담(즉 스트레스)이 쌓여 가다가 보면, 반비례하여 자신이(의식에서) 느끼는 보람, 활기, 살아 있다는 생기, 의욕 등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무의식의 부담과 의식의 감소가 일정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이 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오늘부터 자신이 꿈꿔오던 삶과 실제의 삶이 어떻게 얼마나 차이가 나 있는지에 대해 바라보십시오. 지금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알고 나니 더 괴롭기 만하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쓸모없다고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장 어떻게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낙담해서 실망하고, 좌절하며 화가 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을 피하면서, 다 나은 상황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이 옳은데 왜 상대방은 자신을 따라 주지 않을까라고 자기중심적인 아집을 줄여가야 합니다.

사실 결국에 모든 삶의 문제는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와 방향대로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하려는 바램이 강해서 아집으로 작용해서 생긴 문제들입니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처럼 보여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이 맞는 것일 수도 있지요. 어쩌면 정답인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생각을 따라 줄 수 없는 상대방의 성격적 문제가 존재 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성격적 문제가 있더라도 상대방의 성격적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자신에게는 상대방과는 다른 방향의 성격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서 상대방을 대하고 상황을 더 발전시키는 지름길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조급해하고 답답해하는 감정을 줄인 다음에는,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으십시요. 삶의 문제를 깊이 있고 진지하게 들어줄 멘토를 만나거나, 좋은 자기 계발서를 구하거나, 직접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방과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 등이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한병진 대전선병원 정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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