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길 충남대병원 상임감사

[충청일보]30년간 청소년 범죄예방 … 목련장 '영광'
"베푼다는 것은 수도꼭지 트는 것과 같아"
"한훈 독립운동가 손자 누 안끼치려 노력"

한상길 충남대학교병원 상임감사(60·사진)가 지난 19일 법무부로부터 범죄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한 감사는 건국훈장 국민장(1968)이 추서된 충남청양 출신의 한말 의병장·독립운동가 한훈 선생(1890~1950)의 손자로 지난 30년간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한 감사는 보호청소년을 대상으로 특별강연를 하며 청주소년원 출소 청소년 13명과 결연 재범방지에 주력해 왔으며 소년소녀가장·결손가정·장애인 등 불우 청소년에게 장학금 및 후원금 1억 80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범죄예방활동에 기여해왔다.

'나눔'을 미덕으로어린이재단 충북본부 명예후원회장을 비롯,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국제키비탄활동 등에서 활동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자청해온 한 감사를 만나 봤다. /편집자 주

-그간 어떻게 지내왔나.


△2009년 3월부터 충남대병원 상임감사로 재직해오고 있지만 어린이재단 충북본부 명예후원회장으로 활동 하고 있다.

지난 1월 충청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충남대학교 병원 의료봉사단, 충남대 학생봉사단과 1월16~21일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무료진료 등을 펼쳤다.

봉사단과 찾은 곳은 1년에 두 차례 이 정기적으로 방문한 곳으로 6·25전쟁 직후의 한국과 비슷한 현실이었다.

5일간의 짧은 봉사활동이었지만 옷과 학용품을 받고 좋아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년 1월에도 봉사활동이 예정돼 동행할 생각이다.

내년 3월에 상임감사 직 임기가 끝나는 데 그때까지 맡은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전인 오전 8시에 출근해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천성이 그런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목련장 수상에 대한 소감은.


△청주지방검찰청 범죄예방위원은 지난 1981년 12월 시작해 현재까지 30년째 활동하고 있다.

청주, 청원, 괴산, 증평, 보은, 진천 지역 범죄예방위원이 소속된 청주지역협의회는 현재 227명이 활동하고 있다.

협의회마다 활동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청소년 장학금 지원부터 법질서 캠페인, 청소년 결연활동 등을 벌인다.

단순히 문제아에게 훈계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백장을 받은윤원식 위원은 밭을 고양보호관찰소에 무상으로 빌려주고 수확된 농산물을 30여 개 복지시설을 통해 혼자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일을 했다.

범죄예방위원들은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베푸는 일을 한다.

이번 목련장은 큰 영광이다.

청주지역협의회 범죄예방위원들을 대표해 받은 것으로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해 더 노력해 달라는 의미로 알고노력하겠다.

특히 나를 추천해준 분들에게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봉사왕'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인데 계기가 있다면.


△알다시피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셨다.

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를 존경하셨고 자식들에게 누누이 '할아버지 이름에 해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셨다.

어머니는 걸인이 오면 없는 형편에도 밥상을 차려내어 주셨고 아버지는 동네에서 어려운 집 딸이 시집을 가면 혼수까지 해주셨다. 자식의 거울은 부모라는 말이 있다.

집안에서 보고 배운 게 다 그렇다 보니 '봉사'라기 보다 생활이나 마찬가지 였다.

33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청주 한씨 본가가 있는 청주로 내려왔다.

집안을 위해 내가 할 일이 있다면 하겠다는 각오로 내려왔다.

나를 찾아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고 결국에는 어린이재단 충북본부 명예후원회장 등 30여 개에 달하는 직함을 갖게 됐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활동이 많다.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보람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신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어머니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 사정으로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사랑과 관심만 듬뿍 준다면 에디슨도 빌 게이츠, 스티븐 잡스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어린이재단 명예후원회장과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할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 20년 전, 오토바이를 호기심에 훔친 중학생 남자아이와 결연하게 됐다.

부모가 없던 그 아이에게 내가 해줄 일은 밥도 같이 먹고 조언도 해주고 필요하면 용돈도 주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아이기 두 번째 범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결국 아이의 부모를 대신해 법정에 선 나는 판사 앞에서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낙인이 찍혀 학교생활을 힘들어 할 때는 선생님 구두를 닦아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보은농고진학후 연락이 끊겼는데 서울 종로에서 금세공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중학생 때 만난 아이가 부쩍 자라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

-가족에게 소홀할 법도 한데.


△아무리 하고 싶어서 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이해해 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없을 것이다.

목련장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딸이 제일 많이 기뻐해 줬다.

가족들이 인정해줄 때 가장 기쁘다. 김구 선생의 어록 중에 '아무도 걷지 않은 눈 밭에 함부로 발자국 남기지 마라.

다음에 걷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된다'는 말처럼 내가 걷는 길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늘 상기한다.

딸이 초등학교 교사인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 내게 자문을 얻을 때가 있다.

집을 비울 때도 많았지만 아내는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나를 믿고 따라주는 가족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경기침체로 온정의 손길이 줄고 있다.


△팍팍해지는 경제사정에 본격적인 모금운동을 앞둔 기관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늘 소중한 성금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베푸는 것에 인색한 사람도 있다.

베푸는 일은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은흘러야만 물줄기를 이루는 것이다.

아무리 깨끗한 물도 고이면 썩듯이 돈도 쓰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돈은 가치있게 써야 제대로 쓰이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베풀지 못하면 존경받기 어려운 세상이다.

함께 사는 지혜를 얻고 더불어 사는 것이야 말로 베풀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충북은 특히 부자들이 인색하다. 베풀면 언젠가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봉사는 끝이 없다. 항상 봉사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충남대병원 상임감사를 32개월째 맡고 있는데 가끔 민원인들이 감사실로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의료진과 환자들의 고충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갈 각오가 돼 있다.

얼마 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충북지역자원봉사자단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아 오는 11월9일 서울에서 봉사단 발족식을 할 예정이다.

자원봉사자 2000여 명을 대표하는 자리니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12월부터는 본격적인 모금운동이 시작된다.

경기침체로 도움의 손길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많다.

내 좌우명은'함께 사는 지혜를 얻고 더불어 사는 것'이다.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값진 삶인지 깨닫는다면 법 없이도 사회가 돌아가는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앞으로도 충북과 대한민국, 세계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돼 있고 이러한 기쁨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누리고 싶다./안순자·사진=권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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