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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대장이 남긴 것
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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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02  1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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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달 전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서 히말라야 14좌 중 하나인 초오유(8201m)를 등정하고 귀국하는 김재수대장과 김홍빈씨를 우연히 만났다. 면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와 동행한 사람이 산악인이어서 그의 소개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김재수씨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14좌를 완등했고 그보다 2009년7월 낭가파르밧에서 실종된 고미영씨와 동반산행을 하며 고씨의 '미완'을 완성시킨 인물로 잘 알려져있다. 김홍빈씨는 지난 1991년 맥킨리봉 등정 중 동상에 걸려 손가락 10개 모두를 잘라내는 불운을 딛고 지금까지 14개 고봉가운데 6개를 오른 집념의 사나이다. 그의 목표는 물론 나머지 8개도 등정하는 것 이다.

정상도 아닌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일반인들이 생각조차 하기 어려운 그 험한 길을 걷는 그의 의지가 어떤지는 감히 모르겠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하나 하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말에는 절대적 공감이 갔다.


-미답의 길 고집하던 산사나이


극한상황의 연속인 고산에서 정상을 향한 한발한발은 동반자와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믿음속에 세계 산악계에 한국인들이 세우는 기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사상 첫 산악인장속에 영면의 길로 떠나는 박영석대장은 늘 그 여러 기록들의 '정상'에 올려져 있는 산사나이다.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녔다.

그러나 이제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제조기'를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세계 최단기간히말라야 14좌 완등과 함께 세계 7대륙 완등, 그리고 남극점과 북극점을 밟음으로서 전세계 처음으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 박영석은 풍요의 여신 품으로 안겼다.

안나푸르나는 '풍요의 여신'이라는 이름과 달리 히말라야 8,000m급 중에사 가장 등정이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지금까지 등정에 성공한 이가 채 150명이 되지 않는다. 반면 사망자와 실종자는 60명이 넘는다. 특히 한국 산악계와는 악연이 깊다.1983년 은벽산악회가 첫 도전에 나섰다가 대원 1명과 셰르파 2명 등 3명의 희생자를 낸 것을 비롯, 1994년에는 인천산악연맹팀이 눈사태를 만나 대원 2명과 셰르파 4명이 희생됐다.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던 故 지현옥(서원대)도 1999년 4월 엄홍길 대장과 함께 네 차례의 실패 끝에 한국 여성 최초로 정상을 밟았지만 하산길에 실종됐다. 2009년 9월 안나푸르나 히운출리(해발 6천441m)봉 등반에 나섰던 충북 직지원정대 故 민준영, 故 박종성 대원도 끝내 고국땅을 밟지 못했다.


-도전의욕 젊은 후배들 나와야


"산에 왜 오르는가"라는 우문(愚問)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 Because It is There)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온다. 1924년 에베레스트 원정 도중 실종된 영국의 조지 말로리가 남긴 명언이다. (그 역시 시신을 찾지 못하다 75년이 지난 1999년 영국 산악인에 의해 발견이 되고 수습이 됐다).

세계 고산등반기에 한국인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한국인의 악바리 근성에 기인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하다" 하던 박영석대장도 그 대표적인 '악바리'였다. 산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박영석대장이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하는 것 은 등정(登頂)주의 보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려 했던 등로(登路)주의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말 악바리가 아니면 대들기가 어려운미답(未踏)의 길을 그는 갔다.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루트 개척과 이번 안나푸르나 남벽 코리안 루트 개척시도가 그렇다.

박대장의 비보는 산악계에게 큰 숙제를 안겨줬다. 산을 찾는 인구는 2천만명에 육박하지만 도전을 하려는 젊은이들의 외면속에 박대장의 뒤를 이을 재목의 발굴과 육성이 그것이다. 국내 몇몇 유명 대학산악부는 명맥이 끊길 처지이다. 호연지기를 넘어 불굴의 투지와 정신무장속에 제2,제3의 박영석을 발굴하고 뒷받침 해줘야 한다.

이제 절절한 가슴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정한 안나푸르나(8091m)는 여전히 칼바람 소리만 허공을 찌르고 있을 것이다.

평소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애창했다는 박대장, 그러나 당신은 바보가 아닙니다. 영웅이지….신동민·강기석대원도 여신의 품자락에서 박대장의 노래자락을 들어보구려.



/이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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