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구성을 위해 리얼리티 희생"

탤런트 고현정씨가 강력반 경찰 역할을 맡아 시선을 끌고 있는 mbc 월화 드라마 `히트(h.i.t)'를 두고 현직 검사가 사실성을 문제 삼아 직격탄을 날렸다.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검찰 내부의 시각으로 보면 이 드라마의 설정은 정의감에 불타는 여성 경찰과 일은 하지 않고 초호화판 생활을 영위하는 `초짜' 검사가 대비돼 수사권 조정이라는 검경의 민감한 문제를 은연 중에 건드리고 있다.

대검찰청 김진숙 검사(사시32회.여)는 2일 검찰이 발행하는 전자신문 <뉴스프로스>에 실은 글에서 "아무리 드라마라도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극적 재미를 가미해야지 극적 구성을 위해 리얼리티를 희생하는 것은 그다지 세련된 기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했다.

부공보관 직책을 맡고 있는 김 검사는 여러 공보 업무를 처리하면서 검찰 관련 극본을 쓰는 작가들에게 검사의 업무 전반과 사건 진행을 자문해주는 업무도 맡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방송작가들을 초청해 따로 검찰 업무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김 검사가 `리얼리티의 희생'으로 지적한 것 중에 강력특별수사본부에 검찰 쪽에서 며칠 전 임관한 새내기 검사 홀로 투입되는 장면이 있다.

김 검사는 "검사생활 15년째인 필자가 알기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없는 일이다. 강력 사건 수사는 경력 검사도 힘겨워할 정도로 완벽한 증거 수집과 입증을 요구하는 데 초임 검사가 수사 업무를 배우려고 파견됐다는 드라마 경찰 고위 간부의 말은 논평할 여지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한 관계에 초점을 맞춰 살인 사건을 재수사하라는 검사의 지휘를 강력특별수사본부 전원이 무시한 채 월급을 주는 경찰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며 지휘를 거부하는 것도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는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극중 고현정씨가 맡고 있는 차수경 경위가 불법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예비검사(하정우 분)의 뺨을 때린 뒤 폭행과 도박을 빅딜 하려는 것도 실정법상 불가능하다.

김 검사는 "폭행사건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도박죄는 그렇지 않다"며 "차 경위가 자신의 면책을 위해 검사의 도박 사건을 무마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박을 하다 우연히 조폭을 검거한 예비검사가 임용식에서 칭찬을 받게 된다는 설정도 도박에 대한 검찰 자체 감찰과 처벌이 당연히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김 검사는 지적했다.

김 검사는 "검사들의 실제 생활은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과는 판이하다. 초임검사는 아침 8시30분부터 밤 10시, 11시까지 분주하게 돌아간다. 극에 나오는 검사의 모습이 실제 검사의 일상이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극중 검사처럼 고급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수영 후에는 맥주를 즐기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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