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평화협력특별지대 분리 접근' 해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4일 서명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nll문제가 회담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절묘하게 비켜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북측이 nll 문제를 서해상 충돌의 '근원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제6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김영철(인민군 중장) 북측단장은 "북방한계선이 지금까지 준수해온 기본 군사분계선이라는 것은 당치않은 궤변"이라며 "냉전시대에 미국놈들이 그어놓은 (경)계선을 주장하는 것은 90년대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며 재설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입장을 취해온 북측이 정상회담 선언문에 nll 문제를 반영시키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번 선언문을 뜯어보면 양측이 nll과 평화협력특별지대를 분리해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북측에서 nll 문제를 제기할 것에 대비해 해주만~한강하구에 이르는 해역을 '평화번영벨트'로 묶자는 역제안을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담고 있는 선언문의 제3항과 특별지대를 설치해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을 추진하자는 제5항을 분리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사실상 nll을 특별지대 설치와 분리해 접근하자는 전략으로 협상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무적으로나 두 정상간 대화에서 nll와 북측이 주장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등 근본적인 문제가 거론됐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선언문에 명기하지 않는 것은 11월 국방장관회담으로 넘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장관회담에서 nll을 재설정하는 문제를 의제로 올릴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총리급회담 또는 차기 정상회담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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