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ㆍ검찰고위층 로비의혹 첩첩산중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재청구된 구속영장이 28일 발부됨에 따라 '이국철 폭로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일단 고비를 넘겼다.


검찰로서는 지난 9월 말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의 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여 만에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을 사법처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신 전 차관은 현 정부 들어 구속된 최고위급 인사로 기록됐다.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검찰이 수사에 다소 미온적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서 보듯이 끈질긴 수사로 이뤄낸 성과여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물론 신 전 차관이 금품수수의 대가성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 기소시점까지 보강수사가 불가피하지만 일단 수사팀은 큰 산을 넘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 수사는 지금부터라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이 회장이 제기한 의혹이 산적한 데다 잠재된 폭발력 역시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은 정권 실세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측을 상대로 벌였다는 이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이 당면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회장은 워크아웃 위기에 처한 SLS그룹의 구명로비를 위해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에게 60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고, 이 돈 중 일부가 이 의원 측에 건네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7억8천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지만 로비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문씨를 통해 이 의원의 박모 보좌관에게 명품 시계를 줬다 돌려받은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거액 전달 의혹을 어떤 형식으로든 규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 보좌관은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회장이 검찰 고위층을 상대로 벌였다고 주장한 금품로비 의혹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서 지금까지 주장했던 검찰 고위층 로비 대상이 9명 이상에 달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비망록에는 전·현직 검찰 최고위층 인사 2명까지 적시돼 있어 폭발력을 안고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검찰로서는 정권 실세를 겨냥한 로비 의혹은 물론 검찰 고위인사에 대한 금품 로비의혹이 훨씬 더 부담스럽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을 구속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봉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물론 검찰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모두 규명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이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끈질긴 수사로 영장을 재청구해 결국 구속한 데다 정권 실세 로비의혹의 당사자인 박 보좌관을 출국금지한 것은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 눈 감은 신재민 전 차관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신 전 차관은 문화부 차관 재직시절인 2008~2009년 SLS조선 워크아웃 저지 등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이 회장으로부터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백화점, 호텔 등에서 1억3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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